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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ug 09. 2017

수제맥주

수제 맥주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대학가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 약간은 과장되게 떠들어도 눈웃음으로 이해 해주는 젊은 분위기가 맥주의 신선함을 더해주는 까닭이다. 병맥주보다 생맥주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 맛의 신선함 때문이거니와, 그런 연유로 나는 수제 맥주를 더 좋아한다. 제대로 된 것은 와인의 풍미를 능가하기도 하므로 리쿼스토어에서 와인을 고르는 기분 못지않게 대학가의 바에서 수제맥주를 고르는 맛도 제법 흥분되는 것이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이름의 맥주와 그 맥주의 맛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다. 나는 이 설명을 그렇게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실히 읽어보는 편이다. 내가 근본적으로 의심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그 설명과 내 혀가 서로 엇박자라서 그렇다. 베리 향이 어떻고 쵸코렛 향이 어떻고 조화가 어떻고 하는 설명을 아무리 읽어봐야 그런 이성적 문구로는 술맛을 상상할 수 없다.


가장 정직하게 한잔 들이키고 입안에서 반응하는 바로 그 맛, 아 좋네 그러면 좋은 술이고, 헉 맛이 왜이래 그러면 나쁜 술, 이게 내가 생각하는 술의 정의라면 너무 투박한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수제 맥주의 맛을 감별하는 것은 와인보다는 좀 더 쉬운 편이다. 그것은 순전히 내가 와인을 마신 이력보다 맥주를 마신 이력이 훨씬 오래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가게 되면 으례껏 나는 그 지방에서 만드는 맥주나 와인을 마셔보려 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그 지방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어보려는 것과 비슷한 행위라 하겠다. 물론 나도 한때는 로컬 음식을 거의 의무적으로 먹다시피 했지만 경험보다는 기력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이가 된 이래 가급적이면 내 에너지의 원천 한식을 먼저 고려한다. 그러니까 그 지방 특산 맥주나 와인은 일종의 음식 대체재인 셈이다.


수제맥주는 무엇보다 맛이 풍부하다.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주장은 아마도 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것이 라거이건, 에일이건 혹은 어떤 종류라도 상관없다. 바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로 브루어리 설비들이 그 신선한 맛을 마치 보증하는 것 같다. 그러니 메뉴판에 나와 있는 맥주를 종류별로 마셔보지 않을 수 없다. 어제밤에 마신 수제 맥주는 근래 최고였다. 혀가 아직도 품고 있는 그 맛이 내 손가락을 지금 이렇게 움직이게 하고 있는 것, 이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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