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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17. 2021

도토리 나무

우리집 마당가에 밑동이 내 아름으로 세번 정도 해야 되는 매우 큰 나무가 다섯그루 있다. 키는 지붕보다 한참 높아서 제일 끝 가지까지는 족히 30미터는 넘지않을까 싶은데 다행히 지상으로부터 10여미터 지점까지는 가지가 없는 매끈한 모습이다. 그래서 한여름에 그늘은 넉넉하면서도 마당이나 창으로 드는 해를 가리지 않아서 좋다.


워낙 큰 나무라 바람이 심하게 불면 약간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길가 쓰러진 나무의 간신 수염같은 초라한 뿌리에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닌데, 우리집 나무도 혹시 그 종류일지 모르니 말이다. 그저 이정도 세월을 버틴 걸 보면 그 뿌리도 만만치 않겠거니 생각하다가, 어느 바람 센 날 가만히 쳐다보니 이 큰 나무는 제일 끝 가지만 바람에 흔들릴 뿐 몸통은 미동도 않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바람 걱정, 나무 걱정은 하지않게 되었다.


아마도 8월 하순께였나.. 거실의 TV는 저 혼자 바쁘고 식구들은 제각각 자기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붕에 돌멩이 던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아니 어떤 놈이 하면서 나는 빈사적으로 튀어올라 얼른 현관문으로 내달렸다. 놀란 식구들은 사고라도 칠까봐 또 그냥 두라고 나와서 말리고. 범인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겉은 냉정한 척 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하는 것이었다.


겨우 진정하고 잊을만 한데 또 툭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후라쉬를 들고 뛰어나갔다. 한밤중의 동네길은 가로등만 빛날뿐 사람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 나무뒤에 숨었나 싶어 멀찍이서 후라쉬를 비춰보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때 다시 툭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마침내 범인을 집있다. 그것은 도토리가 나무에서 지붕위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간혹 하나씩 떨어지던 것이 지금은 시도 때도 없이 툭툭거린다. 이 큰 나무가 도토리 나무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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