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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ug 15. 2017

트럼프의 양비론

지도자의 양비론은 비겁하다. 양비론의 껍질 속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위선자라 부른다. 지도자의 양비론은 위험하다. 양비론의 껍질속에 자신의 생각을 숨겨 대중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파시스트라 부른다. 비겁한 위선자, 위험한 파시스트의 전형을 나는 트럼프에게서 발견한다.


버지니아주 샬롯츠빌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다. 여기에 백인월주의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주장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었다. 이 단순한 구호가 왜 백인월주의자들의 구호이며, 왜 이 구호가 위험한가. 그것은 미국(America) 바로 앞에 백인(White)를 넣으면 확실해 진다. 트럼프가 주장한 미국은 일반대중이 알고 있는 그런 미국이 아니라 백인의 미국을 의미한다. 백인이 흑인을 노예로 부리면서 떵떵거리고 살던 그 시절, 백인이 사회의 상층구조를 장악하고 있던 그 시절의 미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슬림 입국 금지, 멕시코 장벽, 이민 제한, 불체자 추방과 같은 정책은 바로 그런 의식의 연장에 있는 것이다.  


KKK의 전 지도자 데이빗 두크는 공공연히 말한다. 우리가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고. 좀 과장이기는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미국의 지난 150여년은 인종주의라는 거대한 악마를 판도라의 상자속에 가두려고 노력한 역사였다. 그 과정에서 대학생이 죽었고, 킹 목사가 암살 당했고, 링컨이 목숨을 바쳤다. 그런 지난한 노력은 트럼프의 1년으로 간단하게 끝나버렸다.


샬롯츠빌 시위도중 시위대로 돌진한 차량에 의해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 시위대를 공중에서 감시하던 경찰 헬기가 추락하여 두명이 죽었다. 트럼프는 이 시위에 대해 다방면의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양비론이다. 마치 어른스러운 듯한 이 의견은 사실 트럼프의 비겁과 트럼프의 위험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심정적으로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동조하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을때의 후과가 두려운 것이다.


후과란 무엇인가. 지금 트럼프의 탄핵을 막아주는 유일한 방패가 그의 35%콘크리트 지지율이다. 이 지지율은 트럼프가 아무리 악담을 하고 똥볼을 차도 무너지지 않는다.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순간 콘크리트는 균열이 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사고가 나고 이틀 후 백악관은 마지못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그들은 이것이 트럼프의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맞받았다. 짜고치는 고돌이는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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