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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Jul 28. 2018

흔들리는 잎새에도 괴로웠을까.

이슬이 촉촉한 새벽, 밤새 잠을 설치다 도저히 더 누워 있을 수 없어 나선 마당. 천지사방이 고요한 시각, 문득 바람이 스쳐간다. 잎새가 흔들린다. 아 저 잎새조차 나를 힐난하는구나. 그런 마음이었을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우리가 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순수한 마음, 가늘게 떨고 있는 그 마음이 단어 하나하나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 이보다 더한 절절함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나라에는 유독 개인의 도덕을 강조하는 말이 있다. 혼자 있을때 스스로 삼가라는 신독, 자기 스스로를 이겨내야 한다는 극기. 이런 말들로 하여 급기야 개인에 대한 가장 큰 칭송이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세상은 법에 의존하여 이를 취하는 자들이 득세하고 있으니.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손해 보면서 사는 사람의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법은 가진 자, 있는 자들의 합법적 도피처가 되었고, 그들의 지배도구가 되었다. 유전무죄, 무전 유죄는 참으로 서글프기 짝이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법으로 다투기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 조차 괴로워 하던 한 사람이 떠났다. 우리모두가 새벽녘 잎새의 흔들림에 부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도자인척 하는 자들은 돌아봄이 있어야 마땅하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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