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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Aug 09. 2018

맨하탄 출근길에

아침, 터미널 부근. 닫혀있던 수문이 열리면 한꺼번에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사람들이 시내로 몰려든다. 그러다 퇴근무렵에는 마치 솜이 물기 빨아들이듯 또 사람들은 이곳으로 빨려들어간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은 하루종일 바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넓은 대합실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하다. 유동인구로 보면 이 부근은 맨하탄에서도 손색이 전혀 없다.


버스터미날과 기차역이 있는 33가와 40가 사이, 7가와 8가 사이의 길거리는 그래서 소매점의 성지라 할만하다. 출퇴근 인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싼 뉴욕의 호텔 대신 뉴저지 소재 호텔에서 자고 뉴욕으로 관광을 다니는 인구도 만만치 않으니 말이다. 내 출근길은 40가의 버스터미널에서 기차역 부근인 35가까지이다. 사람에 떠밀려 다니는 거리라 하면 거의 정확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부근에 최근 빈 상점이 꽤 늘어났다. 어떤 곳은 내가 알기만으로도 1년이 넘게 비어있는 곳도 있다.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고 관광객이 넘치는 곳의 길거리 1층 매장이 비어 있다니 참 의아스러운 일이다. 그 이유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팔아도 돈을 벌지 못하면 누가 사업을 하려 하겠는가. 갑자기 문을 닫은 39가 델리는 월 4만불 임대료를 7만불로 올려달라고 해서 바로 접었단다. 대개 지출은 수익 규모에 맞춰지기 마련이다. 이런 갑작스런 인상은 아무리 수익 좋은 사업장도 대책 불가다.


건물주들은 공간을 비워두더라도 가격을 올려서 임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금싸라기같은 가게를 그냥 비워둘 리가 없다. 이런 배경에는 전세계에서 뉴욕으로 밀려드는 관광객이 한몫을 하고 있다. 길거리를 틀어막고 건물 개보수를 하는 것은 어김없이 호텔이다. 낡은 아파트형 공장 건물을 호텔로 개조하는 공사다. 지어도 지어도 모지라는 숙소. 당장 부킹닷컴에 들어가 맨하탄의 방값을 조회해보면 실상을 바로 알 수 있다.


온라인 구매 증가에 따른 소매점 불경기는 이미 전지구적 현상이므로 딱히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두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맨하탄의 소매점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늘어나는 관광객, 넘치는 유동인구에도 증가하는 빈 가게. 나는 이 빈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인간 욕망의 끝없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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