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hyun Hwang Sep 10. 2018

2018 US OPEN과 섹시즘

테니스 애호가들에게는 지난 주말이 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금세기 최고의 선수중 한명이라고 해야할 세레나 윌리암스와 최초의 일본인 파이널리스트 나오미 오사까와의 US OPEN 결승전에서 벌어진 해프닝 때문이다. 세레나는 23번의 메이저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역대 최대 메이저 우승과 타이를 기록할 수 있었다. 7월 윔블던에서도 결승에 진출했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니 세레나로서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혹시 모르는분들을 위하여 세레나 신상을 잠시 소개한다. 1981년 9월 26일 생으로 만 36세이나 이제 곧 생일이므로 37세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38살이다. 2016년 12월 26일 사업가 Alexis Ohanian과 결혼하였고, 2017년 9월 1일 딸을 출산하였다. 2017년 1월 호주 오픈에 우승하였을때 세레나는 임신 8주였다. 수많은 선수들이 명멸해간 지난 23년간(1995년 프로 데뷔) 세레나는 출산 기간과 산후 조리 기간을 제외한 동안 여성 테니스계를 지배한 최고의 선수였다.  


한편 나오미 오사까는 1997년 10월 16일 일본 오사까에서 하이티 출신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나오미가 태어니기도 전에 세레나는 이미 프로 선수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에서 나오미는 평생의 꿈이 세레나와 결승전에서 만나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세레나는 나오미의 롤 모델이었던 것이다. 미국과 일본 두개의 국적을 보유한 이중 국적자이지만 대회에서는 일본 국적을 앞세운다. 아버지 Leonard François 는 하이티 출신으로 NYU를 졸업하였다. 나오미의 할아버지는 딸이 흑인과 사랑에 빠진 것에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10여년간 서로를 외면한 채 살았다고 한다. 나오미 가족은 나오미가 3살때 미국으로 이주하여 지금은 플로리다에서 살고 있다.


결승전 1세트는 나오미가 6:2로 싱겁게 이겼다. 나오미의 강력한 서비스에 세레나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3월 마이애미 오픈에서 두 사람은 한번 대결하여 나오미가 이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세레나가 산후 조리 후 컨디션 조절차 출전한 대회라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2세트 중반, 세레나의 코치가 세레나에게 코트에 좀 더 접근하여 코트 플레이를 하라는 사인을 하는 것이 화면에 잡혔다. 심판은 경기중 코치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근거하여 세레나에게 경고를 주었다. 잠시후 실점한 세레나가 라켓을 내동댕이 치면서 화풀이를 하자 주심이 또다시 경고를 주었다. 그러나 이 경고는 그냥 경고가 아니라 안그래도 열세인 세레나에게 1 서버 게임(15-0) 페널티와 함께였다. 이쯤되자 본격적으로 세레나가 심판에게 다가가 매우 격렬하게 자신은 치팅한 적이 없으며(딸의 엄마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자신을 불공평하게 대우하는 심판보고 사과하라고 윽박지르기 시작하였다. 이 장면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세레나의 이 강력한 항의는 심판의 페널티 1 실점 판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나오미가 우승하였다. 나오미는 남녀 통틀어 최초의 일본인 메이져 대회 우승자로 남게 되었다.


세레나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룰은 비록 나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어도 지켜야 하며, 그 어떤 사람도 법과 룰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점을 굳이 상기키시키 않더라도 라켓이 찌그러질 정도의 행동과 심판을 향한 삿대질은 보기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레나의 이런 행동은 적어도 두가지의 숙제를 남겼다.


첫째, 이중잣대 논란이다. 흔히들 말하는 섹시즘이다. 테니스계에 뿌리 깊은 남녀차별에 대해 세레나가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모든 코치들은 경기중 어떤 형태로든 선수에게 코치한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왜 남성 선수들과 코치의 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가 라고 묻는다. 남성은 경기도중 상의를 갈아입어도 괜찮지만 여성은 갈아입으면 왜 안되는가라고도 묻는다. 남성 선수들은 욕까지 섞어가며 심판에게 항의해도 그냥 넘어가는데 왜 여성선수들은 벌점을 받아야 하는지 묻는다.


둘째, 세레나가 지나친 승부욕에서 그런 행동을 하건, 섹시즘에 항의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건 상관없이 역시 여성으로 결승전에 진출한 나오미 오사까에 대한 예의의 문제는 남는다. 나오미는 세레나를 우상으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테니스를 갈고 닦아 마침내 결승전, 그것도 메이저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되었다. 꿈이 실현된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중은 관중대로 야유를 보내고 시상식에서도 시선은 세레나에게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우승자 나오미가 소외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약자의 연대를 생각하게 한다.


라켓이 찌그러질 정도로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세레나의 모습은 그녀가 평생 쌓아온 명성을 갉아먹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행동이 테니스계에 뿌리깊은 남녀차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과 상관없이 나오미에게 다시한번 진정한 사과와 따뜻한 축하를 전한다면 그것이 세레나 다운 행동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공포, 트럼프의 백악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