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삶은 액티비티의 연속이다. 일주일 중 하루는 한라산에 오르고, 또 하루는 올레코스를 완주하고, 또 하루는 서핑을 했다. 원래 활발하게 액티비티를 즐기는 성향은 아닌데, 또 여행지에 가면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므로 '제주도에 왔으니 다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서핑도 신청했다. 서핑은 처음이었는데, 숙소 근처인 곽지해수욕장에서 시작했다. 근처에 서핑 샵이 2-3개 있었는데, 금액은 거의 다 비슷하다. 그런데 문서프는 드론으로 촬영을 해준다고 해서 이 서핑 샵을 선택했다. 그리고 숙소랑도 걸어서 10분 정도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1. 서핑 샵에 도착하면 우선 직원분이 눈바디로 나에게 맞을 사이즈의 바디슈트를 준다.
2. 탈의실에서 챙겨간 래시가드를 속에 입고 바디슈트를 위에 입는다.
3. 테이블 앞에 앉아서 안전교육을 듣는다.
안전교육을 마치고 나와서 나와 서핑보드에 연결하는 선을 하나씩 받는다. 서핑 샵 옆 길로 5분만 걸으면 곽지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해수욕장 모래에서서핑보드에 엎드려 시작해서 일어서는 과정을 3가지 단계로 나눠서 연습을 하게 된다.
1. 엎드려서 허리 옆 쪽에 양손을 대고 허리를 곧추세운다.
2.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서 왼쪽 발목 쪽으로 가져온다. (오른발잡이 기준)
3. 왼쪽 발을 앞으로 쭉 뻗어서 스쿼트 자세처럼 가져가고, 오른쪽 뒷 발은 잘 지탱해준다.
이론적으로 이 세 가지 자세만 순서대로 빠르게 하면 되는데, 파도 위에서 하기가 쉽지 않았다. 30분 정도 해변에서 연습을 한 뒤 바다로 들어간다.
강사 1명과 수강생 최대 7명 정도까지 그룹핑을 하는데, 이 날 서핑을 하러 온 사람들이 12명 정도여서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내가 속한 그룹은 5명이었는데, 한 시간이 경과하고 남은 사람은 나뿐이었다.(두 시간 코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한 시간 바다에서 타는 것이고,세 시간 코스를 선택하면 2시간을 탄다) 우리 그룹에는 신혼여행을 온 부부와 서핑 강사를 준비 중인 여자 1분, 서핑이 2번째인 여자 1분, 나 이렇게 5명이었는데 서핑이 2번째인 여자분은 조금 더 하고 싶어 하셔서 고민했으나… 결국 1시간만 서핑을 하고 가셨다. 지난 1시간 동안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처음 1시간은 성공하지 못해도 ‘조만간 성공하겠지’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속으로 계속 생각한 문장이 ‘나는 한라산도 다녀온 사람이야! 몇 번만 더 하면 서핑을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야’이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성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선생님에게 물었다.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간 사람도 있나요?’ 선생님은 있다고 하긴 했지만, 아마도 그런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2시간 내내 탄 끝에 짧게 3번 정도는 일어서서 서핑을 즐길 수 있었다. 물에 끊임없이 빠졌지만 물속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나는 너무 재미있었고, 선생님에게 다음 주에 또 오겠노라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매일 스쿼트 50개씩 하고 오라는 미션을 주셨다. 서핑 샵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허기가 너무 졌는데 원래 계획은 근처의 쌀국수집에서 따뜻한 국물을 마시며 몸을 녹이는 것이었는데, 쌀국수집은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이 원하는 저녁 메뉴는 아니었지만 가고 싶었던 카페 겸 이탈리아 음식점에 갔는데, 인생 맛집을 찾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