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녀의 뒷담화
다음 날부터 나의 험담이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없는 말이 만들어지고 그 험담은 클럽하우스 내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서의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졌다. ‘클럽하우스’가 이태원 또는 홍대에 어느 클럽이냐며 그곳에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지인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그 험담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할 일 없는 사람들 많구나.’ 하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 앞에서 나는 웃으며 넘어갔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소설처럼 하루 이틀 그리고 한 달이 넘게 들려오자 공황이 오기 시작했다.
‘연예인들이나 걸린다는 공황장애를 내가 걸리다니, 이게 무슨 일이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돌아 돌아 내 귓가에 닿은 내 험담의 내용은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런 이야기였다. 방송이라는 매개체로 사귀고 싶은 남자를 유혹해서 빼앗았다는 것. 이런 험담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그 이야기의 출처를 찾아보니 나에게 자신의 가정사를 이야기했던 그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한 후 3번이나 거절당했다는 그녀였다. '그녀는 무슨 심리인 것일까?' 한편으로는 짠하면서도 이 사람 저 사람 참으로 많은 사람을 붙들고 이야기했을 그녀가 무서워졌다.
친하게 지내는 상담 선생님께 이 상황을 DM으로 보냈다. 곧 선생님의 답변이 왔다.
“일반적으로 그런 분들에게 병명을 붙이긴 합니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온오프라인상에서 호감형으로 보인다는 거예요. 아마도 그렇게 다가왔을 거예요. ‘나는 친절하고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티를 내며 다가가거든요. 사이버 폭력도 보이네요. 관계에 대한 애착 형성이 잘못되어 남 탓으로 여기는 거죠. 이런 경우는 단절하고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억울하고 하소연하고 싶은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붉게 타오르던 뒷담화도 서늘한 계절 사이로 꺼져갈 즈음 뒷담화를 즐기던 그녀는 이곳저곳에서 사건을 만들어내는 트러블 메이커로 결국 사람들에게 ‘블락’ 처리가 되어 강퇴되었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명예훼손으로 법정 재판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녀에게서 나와 비슷한 형태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대상들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작가, 방송인, 패션디자이너 그리고 유명 배우까지 모두가 그녀의 거짓말과 험담에 상처받고, 오랜 시간 침묵 속에 고통을 견뎌오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들추어내는 일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불편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녀는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을 파괴하려 했을까?
그녀의 비난과 악의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고 각자의 삶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의 뒷담화에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