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녀의 뒷담화
‘클럽하우스’라는 오디오 기반 SNS가 있었다.
클럽하우스(Clubhouse)는 오디오 기반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사용자가 '룸'을 생성하여 주제를 정하고, 참여자들이 음성으로 대화할 수 있는 형식으로 능동적인 라디오 형태를 띠었다. 이 공간에서의 대화는 비공식적이며, 주제에 따라 음악, 정치,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사용자들은 누구나 청취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기에 이러한 점에서 클럽하우스는 기존의 소셜 미디어와는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시하고 있었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얼굴을 보지 않고도 목소리만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보다 자연스럽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익명성 덕분에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특히 감정적인 주제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제공했었다. 목소리만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심리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던 공간이었다. 지금도 클럽하우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코로나19 시기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었다. 내가 코로나로 인해 백수 뮤지션이 되었던 시기에, 친한 방송국 PD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그가 말하길, “클럽하우스라는 음성 플랫폼이 생겼는데, 거기서 방송을 해 보는 게 어때?”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클럽하우스 앱을 깔았다.
한국 시간으로 자정, 내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노래 이야기를 하는 방송을 진행했었다. 청취자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는 ‘달빛 사람들’이라는 클럽에 천 명이 넘는 멤버가 모였다. 그 안에는 팬덤도 형성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멤버 중 한 여성이, 다른 남성을 좋아하는 일도 있었다. 얼굴도 한 번 못 봤고, 심지어 한 명은 미국에, 나머지 한 명은 한국에 살았는데도 말이다. 여성분은 남성분에게 3번이나 프로포즈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거절을 당했다는 이야기. 얼굴 한번 못 봤는데 목소리만으로도 호감을 가질 수 있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대면 만남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를 외롭게 견뎌야만 하는 사람에게는 그도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남성분이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어 상담을 요청했다. 리스너들이 모두 잠들어있다 생각한 사이 남성분은 내게 어린 시절 가정폭력의 아픔을 토로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그때의 잔상이 지워지질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만든 노래 중에 가정 폭력에 대한 노래를 듣다가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끄집어내져 괴롭다는 이야기와 그런 노래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묻는 내용이었다.
그는 미국 시간 정오였고, 나는 한국 시간 새벽 2시였다. 그의 가정사 이야기는 아마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들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었다. 그가 이야기한 내용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나 또한 가정에서 겪는 아픔과 상처를 드러내고 있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내용을 목소리로 소통할 수 있을까? 이런 소통의 방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소중했다. 또한 나의 음악을 통해 그가 겪었던 아픔과 기억을 나누는 과정은 나에게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해 나의 삶 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와 음악을 나누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정서적인 연결을 더욱 깊게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밤 단잠을 잤다. 그런데 다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