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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내 마음속에

10. 언제나 처음처럼(초심 잃지 않기)

by 실타래
출처 Pexels

알람 없이 10시에 눈을 뜬다. 출근 준비로 부산한 바깥소리에 잠시 잠에서 깨긴 했지만 8시간 수면 시간은 매일 지키려는 편이다. 구독해 둔 뉴스레터를 읽고, 음악 앱에 들어가 새로 나온 모든 곡을 감상한다. 오늘도 내가 아닌 다른 작가님의 이름으로 발매된 수많은 곡을 들으며 가사를 체크한다. 참신한 표현은 필사도 해보고, 따라 흥얼거리기도 하며 아점을 준비한다. 어젯밤부터 먹고 싶었던 양배추참치덮밥을 후딱 내어 숟가락을 든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혼밥 타임이다. 조그만 태블릿 속 연예인들이 나의 밥친구가 되어준다. 오물오물. 시간에 쫓길 필요 없이 천천히 조금씩 씹어 먹는다. 식탁 맞은편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이 꽤나 따뜻해졌다.


신곡 중 맘에 드는 노래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한다. 새로 산 스피커 음질이 마음에 든다. 잘 마른 빨래를 개고,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다 보면 벌써 정오다.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운동 시간. 그나마 재미를 붙였던 수영을 쉬게 되면서 홈트를 시작했다. 가볍게 땀이 날 정도로 뛰고 난 후 시원하게 샤워를 한다. 3시까지 출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학원은 코 앞 5분 거리. 메이크업은 생략하고 편안한 차림새로 조그맣고 아늑한 나의 일터로 걸어간다. 활짝 교실 문을 연다. 이제 막 개학을 한 아이들은 쫑알쫑알 말이 많다. 초등학생은 달래기 바쁘고, 중학생은 혼내기 바쁘고, 고등학생은 눈치보기 바쁘다. 깜찍한 아이들 덕분에 기분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예의 없는 모습에 화가 잔뜩 날 때도 있다. 그런 날이면 집에 와서도 찜찜하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좋은 어른이 맞는지 되물어본다.


혼자 열심히 떠들고 온 탓에 육체적 노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은 몰려온다. 퇴근 후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다. 먼저 퇴근한 가족들은 이미 식사를 했기에 또다시 혼밥이다. 가끔 친구랑 저녁 약속을 잡기도 하지만 작업이 있는 날은 이 조차도 사치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벌써 9시, 밤이다. 이때부턴 작사가 모드 on. 내일 아침까지 보내야 할 시안이 있다. 많은 음악인들이 밤에 작업이 더 잘 된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엔 졸리면 효율이 떨어진다. 최대한 집중해서 자정까지 작업을 끝내고, 아침에 일어나 최종 체크 후 이메일을 보낼 계획이다. 오늘 작업할 데곡은 꽤 마음에 들어서 비교적 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좋은 예감이 든다. 픽스의 신이시여, 오라!


작업을 마친 후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본다.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할 때도 있고, 혼술을 하며 친구와 시시콜콜한 카톡을 주고받을 때도 있다. 새벽 한 시가 넘어가면 스르르 눈이 감겨온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소소한 하루가 예정되어 있다. 별일 없는, 이변 없는 그런 하루가. 이번 주말에는 이런 내용의 브런치 글 하나를 써야지- 가고 싶었던 전시회를 가봐야지- 먹고 싶었던 음식을 시켜 먹어야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눈을 감는다. 얼른 작사가로 성공해서 미뤄 두었던 여행을 가야지- 초대권으로 콘서트를 가봐야지- 응원해 준 가족하고 친구들에게 크게 한 턱 쏴야지- 이런 상상들을 하면서 잠에 든다.


이대로 난 영영 지망생의 하루하루를 보낼지도 모른다. 끝내 재능도 운도 따르지 않음을 인정하고 작사가 포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도 상관없겠다'고. 파랑새는 이미 내 마음 안에 있다. 아마 난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날아갈 거고, 거기서 또 다른 빛깔의 희망을 발견해 낼 거다. 그리고 다시 지망생의 하루를 시작할지도.그게 꿈을 찾아 떠난 짧은 여정에서 내가 깨달은 점이다. 꿈을 향해 밟아온 내 모든 여정이 나의 꿈 그 자체였단 사실 말이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해당 브런치 스토리는 여기서 우선 일단락되지만 지망생으로 살아남기 위한 제 삶은 어딘가에서 계속될 것이며, 제 꿈 또한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빛날 것이란 걸 독자님들께 약속드립니다. 종이 위가 아닌 음악 위에서 제 언어를 보여 드릴 날이 곧 오겠지요. 그 때 다시 한 번 이 브런치로 찾아올게요! 앞으로 연재할 새로운 브런치 스토리는 매우 개인적이고, 우울하고, 깊은 얘기가 될 거예요. 괜찮으신다면 해당 이야기에도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매주 월요일과 일요일에 찾아뵐게요. 봄내음 가득한 한 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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