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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할 동료가 없다

6. 외로움 극복하기   

by 실타래 Feb 16. 2025

속 시원히 회사 욕도 하며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동기. 고민을 털어놓으면 지혜롭게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선배. 그런 선배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따르는 후배.

그런 동료가 되고 싶었다. 좋은 동기이자, 선배이자, 후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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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발표했을 때 모두가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에게도 티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기 중 한 명은 소식을 전해 듣곤 그 자리에서 눈물을 훔쳤다. "맨날 우리끼리 모여서 힘들다 투정할 때 넌 묵묵히 받아주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어서 괜찮은 줄 알았어. 내가 널 얼마나 의지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라고.."

짧은 직장 생활이었지만 너무나 멋진 선임을 만났고, 많이 배웠다. 종종 사주신 술자리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주실 때마다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은 늘 눈물범벅이었다. 후련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마지막 날 팀원분들이 열어주신 깜짝 파티에선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찬 감정도 느꼈었다. 그중 직속 후배가 써준 편지는 지금도 가끔 읽을 정도로 감동이었다. 다복하게도 나는 정말 좋은 동료들을 만났던 것 같다.


내가 누군가에게 힘듦을 털어놓음으로써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었다면- 의사결정에 주변 의견을 참고하는 편이었다면- 모든 일을 좀 더 쉽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멘탈의 소유자였다면-직장생활을 오래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언젠가는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왔겠지만 아마 대답은 YES일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잘 기대지 못하는 성격 탓에 지칠 땐 괜히 주변 사람을 더 챙겼다. 그렇게 다른 사람 얘기는 잘 들어주면서 막상 내 고민은 마음속 깊이 꽁꽁 감추다 보니 조용히 혼자 시들어버렸다.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사실 누구보다 동료가 필요했다.



싫든 좋든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할 때와 달리 프리랜서로 일하는 건 꽤나 외롭다. 우선, 작사는 모든 업무 과정이 보통 온라인으로 이뤄지니 사람을 대면할 일이 없다. 가끔씩 집에서 혼자 일하는 건 편하고 좋을 수 있어도 365일 하루종일 집에서 노트북만 마주보고 일하는 건 쉽지 않다. 부업으로 학원에서 근무하곤 있지만, 내 나이 또래가 아닌 어린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일상 얘기는 전혀 오가지 않는다.


'일'에 있어 좋은 동료를 곁에 두고 상부상조하는 건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협업을 통해 대부분의 일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작사를 하며 힘든 점은 외로움이었다. 난 규모가 작은 작사학원을 다녔고, 심지어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으로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수업 동기가 없다. 데뷔를 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작사가분도 0명일뿐더러, 관련 전공자도 아니어서 모르는 게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부재하다. 이 업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거다. 주변 친구들도 이 쪽 일에 대해 잘 알진 못하니까 깊은 공감이나 해결책을 주긴 어렵다.


게다가 작사는 대외비를 다루는 일이고(가수/앨범 컨셉/데모곡 등이 외부에 유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수입이나 작업량도 작가별로 천차만별이라 정보 교류나 소통 자체도 꽤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편이다. 어찌 보면 작사기끼리는 서로 동료이자, 매번 곡을 두고 싸우는 경쟁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래는 지망생으로서 어떻게든 유용한 정보와 사람간의 정이 필요했던 내가 찾아낸 것들이다. 근본적인 외로움을 해소할순 없지만 어느정도 극복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1. 작사담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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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3,000원의 유료 커뮤니티로 회원대상 온/오프라인 모임 및 세미나 개최, 작사가 칼럼을 제공한다. 현업 작사가, 작사가 지망생, 업계 관계자 분들이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작사가 칼럼이나 클래스(일부 유료)를 통해 프로 작사가님들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게 좋았다. 내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기능은 '자유담'인데 말 그대로 자유롭게 질문거리나 고민 등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슬럼프가 왔을 때 이 곳에서 위로받으며 극복할 수 있었다. 온라인 모임도 참석해 봤는데 친근하게 대화하다보니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취향이나 공통적인 성향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랜선 동료를 얻은 기분이랄까?


2. 작사가들의 유튜브/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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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danke, 황유빈, 미아 등 여러 작사가님들이 유튜브를 운영 중이다. 여기다 더해 블로그를 하시는 분도 계신데 이곳에서 가사 작업 후기나 실제 작사가님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작사가의 작업 과정이나(아이디어 구상부터 수정, 실제 발매까지의 스토리) 전업 작사가의 하루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평소 작가님들이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어떤 표현으로 이를 가사로 풀어내는지 알 수 있다. 홀로 작사 독학을 한다면 이를 통해 꽤나 배울 수도 있겠다.


3. 브런치 글

브런치에서 '작사'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다. 브런치의 좋은 점은 데뷔한 프로 작사가뿐만 아니라 나 같은 지망생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분들을 보면 동기부여가 된다. 먼저 연락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직은 그저 지망생일 뿐이기에(...) 나를 믿을만한 사람으로 소개할 방도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작사에 관한 나의 여정을 글로 남기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도움을 얻을 수도 있고, 응원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다 보면 이 글도 하나의 작업물이 언젠가 다른 작사가님들과 친분도 쌓고 협업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가 그 연결고리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오늘 내용은 개인적으로 작사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외로움에 맞서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드리고 싶어요. 비록 돌아서면 또 혼자가 될 고독한 사람일지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서로 일상과 생각을 나누는 우리가 되어봐요! 아, 그리고 작가명을 변경했습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ㅎㅎ 다음 주에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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