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꾸준히 흥미와 적성 좇기
친구들을 만나면 열이면 열 번 어디선가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가 했다고 해서 남들에게 쉽게 퇴사를 권유하고 싶진 않아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다 보면 늘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근데 만약 퇴사한다고 해도 뭐 하지? 난 너처럼 하고 싶은 게 없어.
좋아하는 일도 딱히 없고..
어렸을 때부터 난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길 좋아하고, 꽂히면 어떻게든 해야 직성이 풀렸다. 진득하고 깊숙하게 한 분야를 파고드는 대신 제너럴리스트처럼 일단 관심이 가면 이것저것 수박 겉핥기식으로 경험해 봤다. 밴드 음악에 심취해 드럼을 배우고,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스위스를 여행하고, 맥주가 좋아서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는 식으로 말이다. 경험은 확실히 내 적성과 흥미를 찾을 수 있는 저변을 넓혀준다. 하지만 단순히 그 정도 관심만으로 직업을 정할 순 없다. 지속적인 애정과 어느 정도의 재능이 더해져야 경제적 수단이 된다. 내가 꾸준히 좋아했던 건 음악과 글이다.
전공은 성적에 맞춰 골랐지만, 이후 진로를 결정할 때는 정말 많은 고민이 들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뮤지션이 되고 싶거나 엔터업에 종사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글을 좋아하고 나름 관련 대외활동과 인턴십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지만, 글을 직업으로 삼자니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는 방송작가나 기자 혹은 홍보직 정도였다. 방송작가는 근무 여건과 급여가 좋은 편이 아니었고, 기자는 인턴 경험에 근거해 내가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고 판단해 도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취업 시장에 뛰어드니 홍보 쪽은 t/o가 없을뿐더러 신입을 거의 뽑지 않았다. 홍보대행사에 들어가 일을 배운 후 기업 홍보팀으로 이직하는 루트도 생각해 봤지만 그 정도로 이 업을 하고 싶은 건 또 아니었다. 그나마 문과생이 할 수 있는 마케팅 쪽으로 지원서를 넣어야 했고, 운 좋게 전 직장에 입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항상 누군가가 꿈틀거리며 내게 물었다. "진짜 너는 어디 갔어?"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몇 백번씩 들으며 가사를 필사했던 너.
도서관에 가서 소설책을 읽다 읽다 못해 직접 웹소설을 연재했던 너.
대학시절에도 남들 다 취업 관련 스펙을 쌓을 때 좋아하는 뮤직 페스티벌 스텝에 지원해 새벽까지 일하던 너.
음악과, 글과,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얻던 너.
그래, 사실 난 예술가를 동경했다. 그들의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음악을 듣고 글을 읽었던 건 모두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어떤 일을 겪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음악 가사 속,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간접 체험했다. 나와 비슷한 듯 다른 그들에게 위안을 받기도 하고, 몰랐던 해답을 찾기도 했다. 그러다 나도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로, 나의 콘텐츠로 울림을 주고 싶다고. 그중 편한 표현 수단이 글이었고 애정하는 매개체가 음악이었을 뿐.
내 경험들의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작사가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k-pop 작사는 순수 창작의 영역이라기엔 기술적인 부분이 많고,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이상 진짜 내 이야기를 담긴 어렵지만 아직도 매번 작사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대는 건 어린 시절 내가 그려둔 꿈의 궤도를 따라 잘 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 또, 작사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도전해보고 창작해보고 싶은게 아주 많으니까.
무언가에 흥미와 관심이 생긴다면 그게 돈이 될지를 걱정하기보단 먼저 심장의 울림을 따라보길 바란다. 그리고 울림이 지속된다면 조금씩, 지속적으로 그 길을 좇아보자. 당장 돈이 되는 것만이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냥 해보고 싶어서’ 가 이유자 목적일 수 있다. 언젠가 이 모든 조각들이 당신이 아직 깨우치지 못한 또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도 있으니. 나 또한 가슴 뛰는 무엇에 열정적으로 임해보지 않았다면-그저 음악과 글을 취미로만 남긴채 살았다면- 지금의 삶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엊그제 대학 시절 내내 음주가무를 즐기던 술고래 후배가 주류 회사에 취업을 했다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성적도 바닥으로 내팽개친 주제에 술집은 돈이 너무 많이 나가니 집에서 바를 열겠다며 몇 달에 걸쳐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던 놈이었다.
- 나도 사실 회사 나와서 작사 준비하고 있는데...
- 맨날 무슨 공연이나 다니고, sns에 글이나 쓰고 하더니 취업하고 조용하다 했어!
- 너는 술이나 퍼마시더니 이제 일하면서도 술 마실 수 있어서 좋겠다?
- 그나저나 우리 맨날 뭐해먹고 사나 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요새 저는 제 글이 썩 맘에 들지 않아요. 아무런 깊이도 알맹이도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요. 그래도 해당 브런치를 10부작으로 기획했고, 얻어가는 게 있다고 말해주시는 분들과 꾸준히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목표까지 열심히 달려보려고 합니다! 부족한 게 있어도 부디 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요. 다음 회차에서는 실제 가사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드려 볼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