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의 불편한 협찬
처음 협찬을 받았던 날, 기쁘지 않았다. 기회라기보다는 해야 할 일처럼 느껴졌다. ‘받는다’는 표현이 나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왜냐고? 내 취향이 아닌 곳에 가서, 좋은 말만 써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는 아무 데서나 밥 안 먹고 아무거나 안 산다. 그런데 협찬은 정해진 장소, 정해진 제품, 정해진 말투가 있다. 그게 나랑 너무 안 맞았다.
예전에 친구가 펜션 체험단으로 선정돼 함께 간 적이 있었다. 기대보다 많이 아쉬웠다. 근처 식당도 협찬이라 들렀는데, 먹어본 소고기 중 가장 별로였다. 친구 블로그에는 예쁘게 포장된 글이 올라왔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맞나?’
요즘 협찬의 대부분은 체험단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상품이나 서비스가 전시되고, ‘이거 해볼 사람~’ 식으로 모집한다. 상품을 공짜로 체험하는 개념인데,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의욕이 생기지도 않는다. 리스트를 아무리 봐도 끌리는 게 없다. 진짜 괜찮은 맛집이 굳이 무료로 블로거를 부르겠나. 애매한 곳, 애매한 제품, 애매한 말투. 괜히 다녀왔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억지로 좋다고 써야 하나? 그런 생각이 앞섰다.
업종은 밝힐 수 없지만, 내 블로그에도 플랫폼이 아닌 댓글로 협찬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 퀄리티는 내 기준엔 조금 못 미쳤지만 지역 수준에서는 괜찮았고, 사장님도 친절했다. 무료로 경험해본 것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돈 내고 또 찾을까?’라고 물으면 글쎄였다. 다른 블로거들처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수는 없었다.
맛이 조금 없다거나 제품이 취향에 안 맞다거나 이런 건 괜찮다. 나도 자영업을 해봐서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동네 평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선 협찬 건도 최대한 좋게 써드렸다.
하지만 마케팅에만 힘쓰고 정작 상품은 양심을 저버린 수준이면,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다. 내 블로그에는 디스가 가득한 후기들이 있다. 물론 전부 ‘내돈내산’이다. 내 돈으로 사면 솔직해질 수 있다. 협찬을 받는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을 돌려야 하고, 부족한 걸 포장해야 하고. 그러면 나는 그 글을 못 쓴다.
나는 뭐든 쉽게 맘에 안 드는 예민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선 취향도 분명하고 기준도 높은 건 사실이다. 누군가는 프로불편러라고 하겠지만, 그만큼 좋은 것에 대한 극찬도 확실하다.
실제로 나는 ‘믿고 보는 추천러’로 통한다. 학원, 책, 식당, 곰팡이제거제까지. 내가 추천한 건 실제로 반응도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기준에 못 미치는 걸 좋다고 말하는 게 힘들었다. ‘내 이름 걸고 추천했다가 누가 실망하면 어쩌지?’ 그게 싫었다.
물론 정말 좋고, 나와 결이 맞는 상품이 있다면 협찬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그땐 글도, 사진도, 진심도 다 들어간다. 단지, 내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뿐이다.
결국, 나는 협찬 블로거가 되지 못했다.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때만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 다음 이야기 예고
코인에 눈 돌아가서 시작한, 인생 첫 투자 썰입니다. 벌 뻔도 했고, 잃을 뻔도 했고, 깨달은 건 결국 이것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