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4화] 5년 전 나: ‘비트 1억 간대요’

“정작 나는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음”

by 혀니버터맘


내 이력서 한 귀퉁이에 ‘증권방송 기자’ 경력이 있다. 오래 하진 않았지만 경제 뉴스 줄줄 읽고, TV에 나와 기업 분석도 했다. 그런데 주식은 1도 몰랐다. HTS? 써본 적 없다. 그냥 재테크는 내 관심사 바깥에 있었다.


10년 전쯤, 결혼 전 남편이 “비트코인 어때?” 하고 물었을 때 “그거 거품이야, 절대 사지 마”라고 말했다. (그때 비트코인 400만원.. 여보… 진심으로 미안.) 그 후 몇 년. 조리원 동기들 모이면 자연스럽게 코인 얘기가 오갔다. “이름 예쁜 거 샀는데 몇 배 됐대” “그냥 운 좋았지 뭐~” 나는 그때도 “아 그래?” 하며 웃고 넘겼다. 진심으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애 키우며 일이 마땅치 않던 어느 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사촌오빠가 알려준 유튜버는 거의 신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코인에 입문했다. 시드 3000. 한 달에 1000을 벌었다. 그다음 달도, 그다음 달도.. 차트는 유튜버가 그어주는 지지저항선이나 겨우 볼 줄 알았고 그냥 사팔사팔. 운이 좋았고, 상승장이었다.


문제는, 내가 잘해서 번 게 아니었다는 것. 그걸 알게 된 건, 하락장을 정통으로 맞고 나서였다. 코인은 하루에도 몇 배를 벌 수 있지만, -90% 되는 것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벌었던 돈은 이미 흥청망청 다 썼고, 원금까지 깨끗하게 사라졌다.


존버하면 언젠간 오른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남은 10%의 원금이라도 당장 필요했고, 존버했다면 10%도 못 건졌다! 당시 7000원이었던 코인은 현재 300원대, 9만원을 넘기며 10만 간다고 환호했던 코인은 현재 1200원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차트 공부를 진짜 시작했다. 해외 유튜브, 스터디, 책, 트레이딩뷰… 인도 유튜버의 영어 발음도 익숙해지고, 알라딘 추천 책은 재테크밖에 안 뜨고, 극 P인 내가 비록 작심삼일의 반복이지만 매매일지까지 쓰면서 나름 진심이었다.


물론 그 후에도 몇 번 청산당하며 참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웬만한 흐름은 읽는다. 고수는 아니지만, 중수쯤은 된 것 같다. 근데 시드가 없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


트레이딩뷰는 여전히 유료 구독 중. 거래는 못 해도 ‘언젠가는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구독만은 못 끊고 있다.



그리고 가끔 떠오르는 에피소드 하나. 5년 전쯤, 학원에서 일하던 시절. 이미 다 까먹고, 몇십 달러로 단타나 재미 삼아하던 상태였는데 옆자리 선생님이 원장 추천 주식 샀다가 망했다는 얘기를 하길래 “비트코인 1억 간대요. 비트로 갈아타요.”라고 말했다. 그분, 그 자리에서 업비트 계정 만들고 몇백만 원어치 샀다. 지금도 들고 계시려나? 진짜 1억 넘긴 거 보셨을까? 가끔 궁금해서 안부를 묻고 싶어질 정도다.


정작 나는 그때도 비트코인 없었고, 지금도 없다. 하루살이 인생에 비트코인 장투는 가당치도 않다. (결국 돈 번 사람들은 장투였다는 만고의 진리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가끔 생각한다. 챗GPT는 차트를 더 잘 볼까? (아직 안 물어봤다. 언젠가 물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시절이 나한테 남긴 딱 하나 확실한 교훈이 있다. 꽁돈은 없다. 그거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오늘도 그거 생각하며 산다.



� 2부 예고

※ 다음 글에서는 ‘좋아서 한 건 아닌데, 결국 하게 된 교육업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예정 제목: “고학력자의 숙명, 결국 교육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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