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기존 청춘 작업과는 다른 시작
실로 오랜만에 ‘청춘 타령’을 해본다. 단,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최근 몇 년 간 사진 좀 찍는다는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청춘’을 주제로 한 날것 냄새나는 사진을 말하는 그런 타령은 아니다. 대신 청춘의 사전적 의미(젊은 나이)에 부합하는 사진가에 관한 타령을 해보려 한다. 청춘 타령 주인공은 <2015 미래작가상>을 수상하고, 현재 <제15회 동강국제사진제> ‘거리 설치전’에 참여 중인 홍지윤이다.
홍지윤은 아직 대학생인 청춘 사진가지만 그녀에 대한 비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정확한 대상이 없다’, ‘감각과 느낌 의존도가 높다’, ‘한계가 명확한 작업이다’ 등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작가의 폐부를 찌르는 말이기도 하다. '사진 좀 한다‘는 사람들에겐 탐탁지 않은 형식의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갓 작가 선상에 오른 이를 하나의 작업만으로 그의 미래까지 재단할 수 있을까. 현재 기성 작가들의 초창기 작업도 감정에 의존한 것들이 많다. 또한 수많은 방황을 하고 나서야 온전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경우도 많다. 작가에게 있어 조금은 가혹한 얘기가 아니었는지, 사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직된 태도는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은 부분이다.
하지만 홍지윤의 사진과 작업에 관한 그녀의 고민은 이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누군가의 지적처럼 홍지윤의 작업 형식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기엔 덜 여문 것이 사실이다. 다만, 어쭙잖게 사회 고발을 하겠다고 유행하는 촬영 기법을 따라하거나 유형학적 사진을 답습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신선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이를 끌고 나가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사진과 색채심리학을 접목하는 방식도 독특했다.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대다수의 작업이 이미 기성의 것에 사진을 끼워 맞추는 형식이라면, 홍지윤은 기존 이론과 유착하지 않으려는 시도를 보여준다(물론 색의 의미를 전복하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어설프지만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것이 청춘(사진가)의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춘을 밝히는 색
<접점A>는 색과 감정의 공유점을 찾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 작업은 색채심리학에서 통용되는 색의 의미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어떤 색을 자신만의 기호로 재해석한다. 예를 들면 색채심리학에서의 노란색이 ‘낙관적’, ‘이해’ 등으로 해석되는 것에 반해, 홍지윤의 작업에서 노란색은 상당히 우울한 느낌이다. 언젠가 작가를 괴롭혔던 ‘불안’에 대한 기억이 노란색과 중첩된 탓이다.
어린 시절 홍지윤은 예민했다.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무턱대고 짜증을 내고 울기만 했다. 이런 유년시절을 겪으면서 작가는 이러한 감정들을 숨기고 또 감정들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을 배웠다. 자신의 기분을 사람들 앞에서 표출하면 서로가 불편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감정들과 대면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을 때쯤 홍지윤은 색채심리학 수업을 접하게 된다.
색채심리학은 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고 표출하는, 치유의 목적이 큰 학문이다. <접점A>는 자가 치료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작업이다. 그 시작은 ‘우연’이다. 일단 불현듯 어떤 색에 끌려야 한다. 끌림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굳이 꼽자면 그 순간 감정의 상태다. 이후 그 색이 주는 분위기와 유사한 과거의 기억, 그리고 그때의 감정을 끄집어낸 다음 이를 사진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어떤 색을 이용해 자신의 감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접점A> 덕분에 홍지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표출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전보다 덜 예민해졌다고 한다. 작업을 통해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어두웠던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이, 지금의 청춘을 밝힌 ‘색’인 셈이다.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홍지윤의 작업이 자신을 옭아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풍부한 경험과 감정이 기반이 돼야 탄생할 수 있는 것이 그녀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색을 이용해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때 홍지윤의 작업은 파급력이 커질 것이다. 하지만 작업을 위해 동어반복을 한다거나, 자신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결코 작가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부분을 작가가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또한 작가와 작업 사이의 고리는 끈끈하지만, 감상자와의 연결고리는 아직 약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간혹 드러나는 모호한 이미지들과 명확하지 않은 텍스트들이 보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탓이다. 홍지윤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길 바란다고 하니, 이 연결고리를 어떻게 견고히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듯하다. [2016.09]
홍지윤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4학년(순수전공) 재학 중이다. 박건희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5년 미래작가상>에 선정됐다. 전시 경력으로는 <미래작가상>(CANON-FLEX, 2016)과 <동강국제사진제 거리설치전>(201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