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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니 Sep 22. 2020

보랏빛, 동화

장동원

장동원(@hello_dongwon) by 사진작가 김승구(@k.seunggu)


# 보랏빛, 동화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특정 목적을 보여주기 위해 색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계절의 온도에서 느낀 것들을 표현한다고 보면 된다. 노을 진 하늘, 바람이 가져다준 냄새 등 인상적이었던 그날의 ‘색’을 기억하고 있다가 사진에 반영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좋아한다. 아이들 그림은 콘트라스트가 세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서 그런 듯하다. 인스타그램 초창기, 복잡한 생각 없이 ‘순간의 감정’을 사진에 쏟아부었다. 당시 색이 세다는 비판을 종종 받았다. 얼마 전 그때 사진을 다시 봤는데, 색이 과하긴 하더라. 요즘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을 적당히 사용한다.


# 스마트폰

촬영과 후보정 모두 ‘스마트폰’에서 한다. 예전엔 DSLR을 사용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크고 무겁다 보니 찍고 싶은 걸 놓칠 때가 많더라. 어찌 됐든, 모든 것이 스마트폰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사진만 하더라도, 액정 위에서 손가락으로 사진을 넘기다가 ‘좋아요’를 누르면 그걸로 끝이다. 나의 목표는 사진에 관심 없던 사람들이 사진에 친숙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누군가 내 사진을 보고 “공감이 간다.”, “나도 사진 찍고 싶다.”라고 말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 일상

사진 찍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예뻐서 찍는 거다. 예를 들어, 한강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미쳤다(≒예쁘다)’라는 댓글을 남길 때가 있다. 이때 내 사진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음을 느낀다. 인스타그램은 우연히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사람들이 사진을 알아봐 주니까 인지도가 올라가고, 생계유지도 하게 됐다. 지금은 내 직업이 ‘인스타그램’이라고 말한다. 나에겐 사진 한 장을 찍는 것보다, 이를 모아 인스타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오히려 더 예술에 가깝다. 인스타그램을 예쁘고 독창성 있게 꾸미는 것이 누군가에게 나의 세상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디지털 vs 종이 매체

사진을 크게 프린트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사진을 프린트한다는 건 ‘소장’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나에게 ‘소장’이란, 사진을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사진을 본다면, 사진에서 오는 감동이 오래갈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사진을 프린트하게 될 때는 엽서나 포스터, 스마트폰 케이스로 할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사진을 감상하는 것보다,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는 것이 사진가에게는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친숙함’이라는 측면에서.

# 작가의 세계

“너는 작가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포트폴리오 구성하듯 사진을 올린다고, 사진에 무게감이 없다고 비난을 하더라. 한 번은 ‘작품’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겸손하지 못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대다수가 ‘작가’를 어렵게 받아들이는데, 국어사전에 의하면 작가는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작품은 ‘창작 활동으로 얻어지는 제작물’을 의미한다. 요약하자면, 작가란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인 셈이다. 작가, 예술 등의 문턱을 높게 생각하지 말아야 사진과 예술이 난해하지 않고, 재밌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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