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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Jun 26. 2021

#42. 두 번째 여행...(1부)

가와산 폭포(Kawasan Falls) & 모알보알(Moalboal)

[마흔 살에 떠나는 필리핀(Cebu) 어학연수 이야기]

#42. 두 번째 여행...(1부) 

가와산 폭포(Kawasan Falls) & 모알보알(Moalboal)


세부 섬에는 ‘모알보알(Moalboal)’이라는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모알보알'은 내가 있는 세부(Manadaue City. Cebu)에서 차량으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는 어촌 마을이다. 세부 시티와 막탄 섬이 세부 섬의 동쪽에 있다면  ‘모알보알’은 섬의 대쪽 서쪽 

바다에 접해 있는 동네인 것이다.


이곳은 세부에서 다이버들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어촌마을에 다이버를 위한 숙소와 다이빙 숍 그리고 시골 카페들이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위해서 특화된 곳이어서 전 세계의 다이버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나는 지금 스캇, 마틴, 맥스, 윌과 함께 ‘모알보알’로 가는 중이다.



호핑을 다녀온 후로 스캇이 주말마다 놀러 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스캇은 큰 소리만 치고 실질적인 계획은 마틴이 다 짰다. 

스캇이 마틴에게  “야 이번 주말에 놀러 한 번 가자”하면, 마틴이 “네, 형님”하고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좋다는 장소와 교통편, 호텔 등의 정보를 수집해 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금요일쯤에 “형님 내일 우리 어디 갑니다. 준비하세요.”

이런 식으로 통보를 받았다. 그럼 나는 “어? 으응~~~~~”하고 군소리 없이 계획에 참여했다. 

다시 세부를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학원에만 있는 것은 현명치 못한 짓이라는 걸 지난번 

호핑 이후 알게 됐다. 챙겨주는 동생들이 있으니 그들 말에 토 달지 않고 따라다니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토요일 아침 일찍 세부 시티의 남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세부에서 모알보알까지는 버스로 약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버스에 에어컨이 없었다. 

에어컨이 있는 직행 버스는 하루에 몇 번 운행 안 한다고 해서, 시간 낭비하기 싫었던 우리는 바로 

출발하는 에어컨이 없는 완행버스를 탄 것이다. 기온은 이미 35도를 넘었는데 에어컨도 없는 사람이 

꽉 찬 버스를 탔으니 모두 신경이 곤두섰다. 


완행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와는 다르게 좌석 하나에 3명씩 앉게 되어있어서 옆 사람과 어깨를 붙이고 

가야 한다. 덥고 불편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짜증 나는 상황이다. 게다가 동네마다 들르는 버스이다 

보니 서서 가는 람도 많았다. 이 장면을 말로 설명해서 무엇 하리.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도시에서 비교적 매끄럽게 닦여있는 도로만 보다가 시골길과 필리핀 사람들의 일상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노점상, 장사꾼, 농부, 학생,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내렸다. 나는 나름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서 나쁘지 않았는데 다른 멤버들은  입이 좀 많이 튀어나왔다.



세부를 출발해서 2시간쯤 지나자 버스가 조금씩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나온 사람들이 중간 마을에 많이 내린 것이다. 

이제 차에는 모알보알로 가는 사람들만 남은 것 같았다. 필리핀의 시골 풍경은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다. 

도로 양쪽으로 코코넛 나무와 바나나 나무(풀)들이 즐비한 것 외에는 한국과 비슷하다. 

(참고로,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풀임. 바나나는 풀에 열리는 열매.. ^^;;)


버스가 모알보알 읍내에 도착하는데 거의 4시간이 걸렸다. 여행 기획자 마틴에 의하면 우리는 

모알보알의 해변으로 바로 가지 않고, 버스를 갈아타고 ‘가와산 폭포(Kawasan Falls)’라는

곳으로 갈 거라 한다. 폭포에서 점심을 먹고 놀다가 모알보알로 돌아와서 숙소를 잡을 계획

이라는 것이다. 



모알보알 읍내에서 ‘가와산 폭포(Kawasan Falls)’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동네 구경을 했다. 

‘모알보알’은 그냥 시골의 조그만 마을이지만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여서 그런지 간간히 외국

인들이 보였다.  버스를 갈아타고 또 40분 정도 이동을 하니  ‘가와산 폭포(Kawasan Falls)’ 

입구가 나왔다. 입구에서부터 약 40분가량 산길을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고 마틴이 말하자 멤버들 

눈이 도끼눈이 됐다. 선두에 가는 마틴이 뒤를 돌아보지를 않는다. 아마 뒤통수가 뜨끔뜨끔했을 것이다.


꽤나 험한 산길을 올라서 폭포로 향했다. 30분쯤 지나자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계곡을 따라 나있는 산길에는 물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가득해서 걷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는 노점에서 동네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필리핀 사람들은 모르

는 사람에게도 친절하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더 그렇다. 무뚝뚝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얼마 후 폭포에 도착하자 모두 “와우!!”하고 탄성을 내뱉는다. 

특이한 색깔의 호수와 폭포를 보니 새벽부터 시작됐던 고난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때서야 마틴이 슬쩍 웃는다. 본인도 처음 와보는 곳이니 일정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을 것이다.


폭포가 떨어지는 호수의 물 색깔이 오묘하다. 

에메랄드 빛 색깔의 호수가 꽤나 깊은 듯이 펼쳐져있고 산 위로부터 큰 물줄기가 호수에 떨어지고 있었다. 

주말이어서인지 현지인들도 꽤 많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호수 옆에 테이블을 빌려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였다. 우리가 불판에 삼겹살을 굽자 주위에 현지인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했다. 동네 사람들과 이런저런 

농담을 하면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동네 꼬마들에게 삼겹살을 좀 나눠줬다.



가와산 폭포를 끼고 있는 호수는 산속에 있는 것 치고는 꽤나 넓고 깊은 편이다. 

현지인들이 폭포수 아래로 들어가서 물을 맞을 수 있는 뗏목을 빌려준다.  

폭포수 안으로 들어가서 물살에 몸을 맡겼다. 정수리에 무거운 물을 맞으니 목이 꺾이려고 한다. 

기분이 너무나 상쾌했다. 온몸에서 독소가 다 빠져나가서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내 옆에 아름다운 폭포가 있고 먹을 게 있고 친구가 있고 여유가 있다.

물 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기 조금만 더 있으면 신선이 되겠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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