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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Sep 14. 2021

내가 기억하는
'Sexy(섹시)'라는 단어...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 

그리고 "다이안 레인(Dine Lane)"



https://youtu.be/Yub3-Ow7tBs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 오프닝 곡 "Nowhere Fest" 편집본 뮤직비디오


학생 시절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영화를 보러 간 일이 몇 번 있었다.

내가 어머니께 거짓말을 하고 보러 갔던 첫 번째 영화는 “그리스(Grease, 1978)”였다.

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중학생이던 난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부산 시민회관’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갔었다. 물론 내가 1978년에 중학생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학생 때 부산 시민회관에서는 유명 영화들의 재상영 행사가 있었는데 거길 갔다는 뜻이다.


당시 미국 뮤지컬 영화에 빠져있던 난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극장에서 안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라는 강박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속여가면서 어렵게 “그리스(Grease, 1978)”

를 보러 갔던 것이다. 아니 ‘올리비아 뉴튼 존’을 보러 갔다고 해야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여튼 “그리스(Grease, 1978)”는 어린 내 가슴에 평생 남을 자극을 줬고 그 영화의 히로인이었던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John)’은 내 영혼의 첫사랑이 됐다.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 그리스(Grease, 1978) ]


세월이 흘러 '올리비아 뉴튼 존"의 느낌이 지워질 때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형이 영화를 보고 와서 얼마나 자랑을 했던지 어린 내 가슴은

부러움으로 구멍이 날 정도였다.

         

[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 ]


나는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그리스"처럼 이 영화도 어떻게든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기회를 보던 끝에 돈과 시간을 마련한 어느 일요일, 드디어 조조 상영 극장의 문을 열수

있었다. 당시에는 극장에 들어가면 영화를 몇 번이고 볼 수 있던 때였다.

나는 혼자서 자리를 옮겨가며 영화를 두 번이나 보고 극장에서 나왔다.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 역시 어린 내 가슴에 평생 남을 

뭔가를 심어줬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의 마지막 공연장면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날 정도이다.  

 

어린 난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예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때 처음 본 '다이안 레인(Dine Lane)'은 내 눈에 여신이었다.


당시는 ‘섹시하다’는 것이 어떤 느낌을 몰랐을 때다. 아마도 그런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지 싶다. 극장을 나와 집으로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던 그 묘한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그건 10대의 내가 처음 느낀 강력한 ‘섹시(Sexy)'라는 감각이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섹시(Sexy)’라는 단어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한 것은 불과 몇 년 안 된다. 

내 기억으로 ‘섹시(Sexy)’라는 말이 형용사화 되어 “아름답다, 예쁘다”라는 뜻의 칭찬의 말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섹시(Sexy)’라는 단어를 일반인들은 대화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다.

방송에서 금지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함부로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당시 ‘섹시(Sexy)’라는 단어에는 지금처럼 "예쁘다", "아름답다", "매력적이다"라는 뜻보다 

“성적으로 난잡한”이라는 의미가 훨씬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대학생일 때 여자 동기에게 ‘섹시하다’는 말을 했다가, “나 그런 여자 아냐!”라는 핀잔을

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솔직히 '섹시(Sexy)'라는 단어를 상대에게

직접 말할수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누군가의 눈을 바라보며 "당신 오늘 섹시한데.. "라고 한다면 그 분위기가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다. 내 생각에 '섹시(Sexy)'라는 단어는 3인칭을 지칭 할 때나 사용가능하지 않은가 싶다.

글을 쓸 때는 특히 더 그렇다. "매력(?)", "관능(?)" 한국말로 어떻게 대체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사춘기를 ‘다이안 레인(Diane Lane)’에 푹 빠져서 지냈다.


10대 때 '다이안 레인'

       



세월이 지나면서 유명했던 배우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감에도 불구하고

‘다이안 레인(Diane Lane)’은 많은 영화에서 주연, 조연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출연작을 내놓았다. (슈퍼맨의 엄마로 나오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언페이스풀(Unfaithful, 2002)


이젠 제법 오래된 영화가 됐지만 ‘언페이스풀(Unfaithful, 2002)’과 ‘투스카니의 태양

(Under The Tuscan Sun, 2003)’에서의 그녀는 내게 중년의 아름다움이 뭔지 보여준

작품들이다. 


한동안 바쁜 일상으로 영화를 보지 못하다가 우연히 "언페이스풀(Unfaithful, 2002)"

이라는 영화를 봤다. 그날 나는 “세상에 이럴 수가?”를 몇 번이나 연발했는지 모르겠다. 


뒤에 찾아 보니 그녀는 이 영화로 상도 많이 받았고 연기자로서 좋은 평도 들었다고 한다. 

오스카를 손에 못 쥔 게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았다.  


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 2003)

 

영화배우는 나이가 변함에 따라 운신의 폭도 좁아지게 마련이다. 

미모의 여배우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하다. 나이를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데 다이안 레인은 세월과 함께 변하는 것을 크게 감추려 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녀는 중년 이후에 찍은 영화에도 화장을 그리 진하게 하지 않고 출연한다.

주름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노출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투스카니의 태양(Under The Tuscan Sun, 2003)’  중...


일요일 오후 글 쓴답시고 도서관 구석에 앉아 쓸데없는 짓만 하다가 

그녀의 새로운 영화를 보게 됐다. 

친구처럼 함께 늙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파리로 가는 길 (Paris Can Wait, 2016)


햇볕이 따스한 날 홈 드레스를 입은 그녀와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녀를 보면서 곱고 멋있게 변해 가는 친구가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나도 곱고 멋지게 변하고 싶다.


"내 수다를 들어주는 친구가 집 가까이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던

유안진 선생의 "지란지교를 꿈꾸며"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오후다...



 






<<부록>>


https://youtu.be/szyh2zUwFKs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 엔딩곡, Tonight Is What It Means To Be Young 


"스트리트 오브 파이어(Streets Of Fire, 1984)"는 영화도 영화지만 노래도 어린 시절 내겐

충격이었다. 몸을 들썩이게 하는 70년대 락의 강력함이라니... 



https://youtu.be/auLyfd49-UE?list=RDwCIrPJ6SBl4

[I Can Dream About You (Dan Hartman)]


다이안 레인과 함께 공연하는 흑인 그룹 '단 하트만' 이 영상과 노래도 참 좋음, 

아마도 나는 70년대 감성을 못 벗어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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