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체 소설'
[ 훔쳐 듣기... 세부(Cebu, Philippines) 카페 옆 자리에서 하는 한국인의 전화통화를 훔쳐 들음 ]
-야, 000 있잖아. 지 여자 친구 하고 1년이나 됐는데 아직 한 번도 못 해 봤데.
너 알잖아 그 여자애 예쁜 거.
-.......
-그래 맞아 그때 그 애야.. 마르고 가슴 큰 애..
몸매 장난 아니잖아.. 어휴... 생각만 해도..
걔들 여행도 몇 번 가고 했다는데 한 번도 안 했다네.
-.......
-이상하지? 그래서 내가 왜, 안 했냐고 물어봤거든?
그랬더니 뭐라는 지 아냐? ‘사랑해서’란다.
-.......
-그런데 웃기는 건 며칠 전에 여자애가 문자로
앞으로 전화하지 말라고 했데.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나.
-.......
-맞아, 차인 거지.
어제 그놈이 술이 떡이 돼서 한 밤 중에 전화했더라고.
-.......
-내가 뭐라고 했을 거 같냐? 좋은 말 해주고 끊었어...
야, 그런데 정말 웃기지 않냐?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꽝 난 거.
아마, 그 새끼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못해봤을걸?..
그리고 평생 그러고 살 거다.
-.......
-맞아, 그놈 잘난 척은 엄청 하잖아.
그런데 여자하고 깨진 게 벌써 몇 번짼지 몰라.
깨질 때마다 나한테 술 먹고 전화해.
여자애가 좋았네 어쩌네, 다시 사람을 만나네 어쩌네..
-.......
-나는 그놈이 여자랑 했으면 안 헤어졌을 거라 생각해.
여행 가서
“난 널 사랑하니까, 널 지켜줄게” 이런 소리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떤 여자가 좋아하냐?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겠냐?
-.......
-너도 이해 안 되지?
여자도 다 준비하고 왔을 거 아니냐고?
-.......
-여자가 왜? 안 하는 걸 고마워한다고 생각할까?
여자는 몸이 없냐?
그 녀석은 여자는 감각이 없다고 생각하나 봐..
-.......
-난 그 새끼가 이상해,
사랑해서 안 한다는 거잖아.
섹스를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지 사랑 안 하는 사람하고 하냐고?
-.......
-뭐? 사랑 안 하는 사람 하고도 많이 한다고?
'원 나잇 스탠드' 같은 거?
모르는 사람하고 갑자기 눈 맞아서 하는 거 말이지?
야! 그건 오락이지, 게임 같은 거, 그건 섹스가 아냐.
-.......
-원나잇으로 시작해도 정들고 사랑에 빠질 수 있다고?
당연히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원 나잇으로 시작하면 극복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저 년은 뭐하는 년인지?”
“저 년이 엉겨 붙으면 어떡하지.”
뭐 이런 생각 들지 않겠어?
여자도 마찬가지고....
"저 놈은 뭐하는 놈이지?"
"저 놈이 소문낸다고 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하지 않겠냐?
그걸 극복할 수 있으면 사랑이라는 게 되겠지,
그런데 그게 쉽겠냐?
-.......
-안 되는 게 아니고, 쉽지 않다는 거야...
야!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 나쁜 느낌 같은 게 안 생겨,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는 걸 섹스라고 하는 거야.
-.......
-사랑하지 않는 사람하고 하는 거? 그건 오락이라고 했잖아.
그런 건 진짜 섹스가 아냐, 그냥 PC게임 같은 거야,
축구나 야구하는 거 하고 똑같은 거라고.
-.......
-뭐? 말이 안 되는 거 같다고?
야! 섹스를 우리말로 뭐라고 하냐?
소설에서 “섹스”라는 단어 우리말로 뭐라고 쓰냐고?
“그들은 그날 밤 한 판 했다.” 이러냐?
“그들은 그날 밤 한 따까리 했다.” 이래?
“그들은 그날 밤 한 빠구리했다. 이러냐고.
아니면 좀 어려운 말로 표현해서
“그들은 그날 밤 아름다운 성교를 했다.”이렇게 쓰냐고?
아니잖아,
“그들은 그날 밤 사랑을 나누었다.” 이렇게 쓰잖아.
-.......
-야! 네가 몰라서 그래....
우리나라에서는 섹스를 ‘사랑’이라고 표현한다니까.
다른 단어 있으면 말해 봐!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사랑'한다는 뜻은 섹스한다는 뜻이야.
알았냐?
-.......
-뭐? 묘하게 설득력 있다고? (ㅋㅋㅋ)
-.......
-너도 몸으로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딴 소리 하는 거야.
사랑을 머리로만 한다고!
난 사랑을 머리로만 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해.
머리가 사람을 기억하는 것처럼
몸도 사람을 기억하거든.
몸도 감정과 느낌을 기억한다니까.
아마 여자들은 더 할걸?
-.......
-이해가 안 돼?
너 해보고 헤어진 사람하고,
안 해보고 헤어진 사람하고 누가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냐?
-.......
-맞아, 당연히 해 본 사람이 오래 기억에 남아.
사람은 몸에도 기억력이 있다니까?
몸에도 흔적이 남는다고.
-.......
-그렇지, 그러니까 사랑하면 섹스해야지.
자주 하면 자주 할수록 좋은 거야.
자주 한다는 건 자주 사랑을 확인한다는 말이야.
그러면 사랑이 깊어져...
-.......
-야! 나이 들면 하고 싶어도 못해.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자주 하는 게 좋아.
-.......
-이 바보가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아파트 옥상 같은 데서 하지 말고.
분위기 잘 잡아서 하라고.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생각하면서 하란 말이야.
무작정 아무데서나 하면 그건 싸기 연습밖에 더 되냐?
혼자 하는 거 하고 뭐가 달라?
-.......
-뭐? 상대가 아파트 옥상을 좋아할 수도 있지 않냐고?
뭐.. 그거야 취향 문제니까 할 말 없네.. 좋다면 그렇게 하는 거지.
그런데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을 거 같은데.
어쨌든 상대 취향을 알 수 있으면 좋은 거지,
상대가 내 취향을 알면 더 좋은 거고.
-.......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냐고?
바보야! 그건 노력해야 알게 되는 거지, 공짜가 어딨어?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을 쓰는 거야.
그 사람이 뭘 좋아할지 생각을 해!
아파트 옥상을 좋아하는지, 니 차 뒷 좌석을 좋아하는지....
그렇게 상대를 알아 가는 거, 그게 사랑이야..
포르노나 따라 하려고 하지 말고.
-.......
-너, 포르노 따라 하면 병신 된다.
-.......
-뭐? 포르노를 봐야 테크닉이 는다고?
섹스는 내가 싸거나 그 사람이 싸는 문제가 아냐.
테크닉이 좋으면 좋을 수는 있겠지 그런데 그건 사랑이 아냐.
사랑은 뭔가가 길게 유지되는 걸 말하는 거야.
한두 번 반짝하는 그런 건 사랑이 아냐.
이벤트 같은 걸 사랑이라 착각하는 인간이 아직도 있네.
-.......
-왜냐고?
테크닉 좋으면 좋지, 그런데 그건 딱! 그때만 좋은 거야.
-.......
-그래도 좋다고? 기억에 남는다고?
당연히 좋겠지. 아까 말했잖아. 그건 오락 같은 거야. 스포츠하고 비슷해.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잖아. 그런데 그건 사랑하는 거 하고 다른 거라니까.
-.......
-사랑하는 사람하고 할 때는 테크닉 같은 거 필요 없어.
있으면 당연히 더 좋겠지. 근데 테크닉은 상대방 취향을 알고 난 다음 문제야.
그렇지 않냐? 상대는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 혼자 테크닉이랍시고
파닥대면 그게 바로 병신 짓이라는 거다.
-.......
-사랑하는 사람은 좀 어설퍼도 그냥 하면 돼, 할 수 있는 거 그냥 하면 된다고.
그러고 끝나고 나서 그냥 안고만 있으면 돼. 그거보다 더 좋은 테크닉은 없어.
그러니까, 몸으로 하는 사랑을 잘 배워야 해!
상대를 잘 알게 되면 테크닉은 자연스럽게 생기게 마련이야.
바보 같이 포르노 따라 하는 게 테크닉이 아냐.
-.......
-왜냐고?
상대가 날 사랑한다는 걸 몸이 알면.
몸이 충만감 같은 걸 느끼거든.
물론 아쉬울 때도 있겠지. 인간인데 없겠냐?
그런데 아쉬움이 나쁜 게 아냐.
-.......
-아쉬움이 남으면 아쉬워서 다음에 또 하는 거야.
그러면서 사랑은 더 깊어지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는 거라고.
그럼 그때 뭔가를 더 개발하게 되는 거야.
그럴 때 진짜 테크닉이라는 게 발달하게 되는 거지.
테크닉은 '기술'이 아니고 상대의 취향을 더 깊이 아는 걸 말해..
-.......
-정말이라니까.
넌 여자가 꼴딱 넘어가야 좋아할 줄 알지?
니 애인한테 물어봐 진짜 꼴딱 넘어갈 만큼 해야 좋은지.
쉽게 대답하지 못할걸?
어쨌든,
여자들은 그런 거 별로 따지지 않아. 어릴 때는 더 그래.
인간은 섹스를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그냥 싸는 거 하고, 섹스를 하는 건 그래서 다른 거야.
-.......
-진짜 사랑을 하면 섹스가 좋다 싫다 말하지 않는다니까.
그냥 하는 그 자체가 좋거든.
사랑하는 이의 마음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거 하고
사랑하는 이의 몸이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건 같은 거야.
그걸 섹스라고 부르는 거야,
신기한 건 한국말로는 이걸 표현할 단어가 없다는 거지.
-.......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면 몸이 알아서 반응을 해.
그러니까 사랑하면 섹스해야지.
-.......
-사랑 없이 하는 섹스도 좋다며?
그럼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섹스는 얼마나 좋겠냐?
거기다 서로 취향까지 알고 있으면....
생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지네....ㅋㅋㅋㅋ
-.......
-섹스를 하는데 뿌듯한 느낌도 없고 충만감도 없고
지루하기만 하다면 그게 무슨 뜻이겠냐?
-.......
-그래, 그런 걸 사랑이 식었다고 하는 거야.
-.......
-그 사람하고의 섹스가 지루해지고,
오락이나 스포츠처럼 느껴지거나 의무감으로 느껴지면 사랑이 식은 거야.
-.......
-사랑이 식었다고 인연이 끊어지지 않아.
사랑은 식었다 다시 불붙었다 하는 거야...
-.......
-야! 그런 거 물어보지 마, 그거까지 이야기하면 한 시간도 더 걸려,
-.......
-그러니까 사랑할 때 열심히 '사랑'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냐?
섹스도 안 해보고 헤어지는 건 최선을 다해보지도 않고 헤어지는 거라고. 알았어?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서 사랑을 열심히 확인하라고.
-.......
-그 녀석처럼 바보 짓 하면서 살지 마라,
알았지... 전화 끊어.....
뭐? 더 물어볼 거 있다고?
-.......
-사랑이 식었다고 인연이 끊어지고 어쩌고 한 거?
야! 그런 거 있어, 그건 다음에.... 네가 전화 해...
끊어 바빠. 나 가야 해...
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