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랑끝 Oct 12. 2021

노란 손수건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노란 손수건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뉴욕의 어느 버스 정류장 앞에 사람들이 매우 붐비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생기발랄한 젊은 남녀 세 쌍이 버스에 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남녀들이 폴로리다 해변으로 여행을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들은 여행 기분에 취해 웃고 떠들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지쳐갔고 아울러

차 안은 조용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차 안이 조용해지자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한 사내의 담담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거운 침묵에 수염이 덥수룩하고

표정이 전혀 없는 얼굴을 한 체......


세 쌍의 젊은 남녀들은 예사롭지 않은 그 사내에게

서서히 관심을 갖고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는 누구일까? 배를 몰던 선장?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퇴역군인?


왜 저렇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잊을까?

호기심을 참지 못한 일행 중 한 여자가 용기를 내어

그 사내에게 다가가서 물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에게 뭔지 모르는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포도주를 좀 드시겠어요?”

“고맙소” 그 사내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자

여자는 일행 속으로 돌아갔습니다.

사내는 애써 잠을 청하려는 듯

등을 뒤로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한참이 지나 날이 밝아 오면서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버스가 승객들을 위해 음식점 앞에 차를 세웠고

어제저녁 말을 붙였던 여자가 그 사내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을 건네자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식사 도중에는 뭔가 긴장을 한 듯 담배를 피우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한 후, 버스에 오르자

젊은 여자는 그 사내 옆에 바로 앉았습니다.

얼마 지나자 그 사내는 젊은 여자의 지속적인 관심에

항복을 하고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사나이 이름은 “빙고”...

지난 4년 동안 뉴욕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였고

이제 석방되어 집으로 가는 길이라 하였습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소.

 나는 부끄러운 죄를 짓고 오랜 시간 집에 돌아갈 수 없으니

만약 나를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되거나 혼자 사는 것이

고생이 된다고 생각되거든 나를 잊어 달라고 했소.


재혼해도 좋다고 했소.

편지를 안 해도 좋다고 했소.

그리고 그 뒤로 아내에게 편지를 하지 않았소.

3년 반 동안이나......”


그 사내는 덤덤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습니다.

“석방을 앞두고 다시 편지를 썼소.


우리가 살던 마을 어귀에 커다란 참나무가 있소.”

“나는 편지에 만일 당신이 나를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면 그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아 놓으라고 적었소.”


“만일 아내가 재혼을 했거나 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손수건을 달아 놓지 않으면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로든 가버릴 거요.”


그 사내의 얼굴이 굳어져 있던 것은 교도소에 있었던 4년간의

긴 시간 동안 소식이 끓긴 자신의 아내가 용서를 하고

받아 줄 것인가? 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은 버스 안의 젊은이들은 잠시 후에

벌어질 광경에 대해 궁금해하며 마치 한 가족이 된 듯

가슴을 조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차 안에 있던 다른 승객들에게도 전해져

온통 긴장감과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사내는 흥분한 표정을 보이거나 창밖을 내다보거나 하지 않고

오직 굳어진 얼굴에서 긴장된 얼굴만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는 곧 눈앞에 벌어질 실망의 순간을 대비하여

마음속으로 단단한 각오를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버스가 빙고의 마을에 가까워지자

차 안에는 아무 소리도 없이 정적만 맴돌았습니다.

자동차 엔진 소리만 아스라하게 일정한 리듬으로

귀에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승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창가에 몰려가 숨을 죽이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바로.... “와∼아!!”

 차 안에 있는 승객들의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습니다.


 버스 안에 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치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았습니다.


그 이유는 참나무가 노란 손수건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20개... 30개... 가 아니라 수백 개의

 노란 손수건이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남편이 노란 손수건을 못 보고 그냥 지나칠까 봐,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참나무에 온통 노란 손수건으로 장식해 놓았습니다.


그 광경을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바라보고 있는

이는 오로지 빙고 한 사람뿐...


그는 넋을 잃은 사람처럼 자리에 멍하니 앉아 차장 밖의

참나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승객들에게 일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버스를 천천히 내렸습니다.




https://youtu.be/ijMgbW8 n_HU




가을이면 잊었던 노래가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다. 

평소 잘 타지 않던 버스 탈 일이 있어 창가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는데 

이어폰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오래된 노래를 알고 있다니......"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이 글이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에 실린 

글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오랫동안 가을이 없는 곳에서 살았다.

이 계절을 좋아하지만 아픈 기억과 상처도 많은 계절이다.


오랜만에 가을이라는 계절을 다시 맞으니 옛 일이 하나 둘 떠오른다.

우울해지고 싶지는 않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감정은 어쩔 수다.


곧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계절이 된다.

노란 리본 참나무와 가을날의 은행잎은 아무런 연관도 없을 텐데 오버랩되는 

건 기억의 왜곡 같은 것인가 보다. 


변화가 많은 계절이 시작됐다.

또 길 떠날 채비를 할 때가 된 것 같아 서글프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징어 게임 1부,  '리뷰'라기보다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