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랑끝 Sep 16. 2022

(편지) 사랑의 유효기간

사랑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편견

To. 000에게


"(결혼을) 어릴 때 얼떨결에 했다는 이도 있고, 첫눈에 반해서 했다는 이도 있는 것만 봐도

꼭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아닌 것 같긴 해요."


이런 말을 남겼더군요.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결혼은 '사랑' 보다는 '인연'에 의해서 결정되는 거 같아요.

사랑을 기반으로 결혼을 하면 그게 가장 행복한 인연이 아닐까 싶거든요.


언젠가부터 결혼과 사랑이 분리되면서 '사랑'이 결혼의 조건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어서 그게 끝나면

사랑도 끝이라는 거죠. 그래서 사랑을 기반으로 결혼을 하면 유효기간이 끝나는 

순간 결혼도 끝난다 뭐 그런 거죠.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저도 일부 동의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저는 유효기간이 아니라 단계를 거처 변화하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살다 보면 '정'이 쌓여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얼굴도 못 보고 결혼했던 시대에는 더 그랬겠죠?),

사랑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그게 소유욕이어서 충족되는 순간 변해버리기도 하고,

욕정으로 시작했는데 그게 사랑이 되기도 하는 등 인생이란 변화가 많잖아요. 


이런 변화가 사랑이 식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랑이 성숙해 가는 과정의 일부라 생각해요. 

물론 배신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건 다른 이야깁니다.


최근에 어떤 변호사가 '법률혼'이라는 단어를 방송에서 쓰더군요.

전에도 많이 들어본 말이었을 텐데 한 번도 이 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그날은 문득 이 말이 참 크게 와닿는 거예요. 


"언제부터 인간들이 '법률혼'의 유지가 사랑보다 중요하다 생각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끔 법률혼을 유지하는 것이 삶의 큰 성취를 거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조강지처(妻)'네 '일부종사(事)'네 이런 말 쓰면서 말이죠.

저는 그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면 정말 헛웃음이 나옵니다.


법률혼의 유지가 '올바른 삶'이나 '행복의 완성'처럼 이야기하며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만약 그들이 법률혼의 유지를 자랑하지 않고 자신의 

남편이나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지를 자랑했다면 훨씬 부러웠을 거예요.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거예요.

저의 이론처럼 사랑이 다른 단계로 진화하는 것이라면 그 진화에 적응하며 사는 

사람만큼 아름다운 삶을 꾸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편견에 가까운 이상적인 '사랑론'이지만 전 사랑의 단계를 믿고 싶습니다.


그래서 살면서 깊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람과 함께 다음 단계의 더 깊은 지점으로 가보고 싶거든요.

그러면 정말 삶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지구에 사는 동안은 행복할 것이 분명하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 교양인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