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作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 1편, 중 발췌)
"이거 오늘 얼마나 나갔지?"
"오늘..... 처음이야. 사장님한테...... 발주 그만 넣으시라...... 하려고"
"무슨 소리! 당신 이거 안 먹어봐서 그래. 사장님이 지금 맛있다고 더 가져오라고 했거든."
"장사는.... 내가 좋아하는 거... 파는 게 아니야. 남이 좋아하는 거.... 파는 거지."
"남들도 좋아한다니까?"
"매출은..... 거짓말을 안 해."
"흥, 두고 보시지."
(불편한 편의점 1편, 중 발췌)
작가의 메모가 돋보인다는 생각이 든 건 나만의 착각일까?
어느 날 도서관에서
"불편한 편의점 40만 부 에디션"이라는 제목을 봤다.
그걸 보고,
"요즘 같은 시대에도 40만 부가 단번에 팔리는 소설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도서관에 대출을 신청했더니 대기자만 20명 가까이 있었다.
"역시 어느 시대라도 난 놈은 있기 마련이군." 생각하며 포기했었는데,
며칠 뒤 도서관을 갔더니 막 한 권이 반납되어 있었다.
바로 신청해서 책을 받아 그 자리에서 읽고, 집에 와서 읽고,
다음 날 읽고 해서 사흘 만에 다 읽었다.
작년에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이후 이렇게 빨리 책을 읽어 보긴 처음이다.
역시 재밌는 책은 잘 읽힌다.
오늘 보니 "불편한 편의점 2편"이 나와서 벌써 20만 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1, 2권을 합치면 80만 부 판매가 눈앞이다.
시대가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따뜻한 글에 마음이 많이 가는 것 같다.
나도 물론 그렇다.
주위에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책이 팔리는 걸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밌다는 책은 찾아서 읽는 편이다.
"사람은 왜, 죽이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묻는 핵심 질문을 쏙 빼고 만든 영화
"불릿 트레인"의 원작 "마리아 비틀"을 며칠 째 찾고 있는데 내가 사는 동네
도서관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올 가을 가기 전에 이거 한 권 읽는 게 목표다.
설마 한 달 남짓 남은 가을 동안 이것도 실천 못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