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리가 없다.
다행일지도 모른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니까 어설픈 자리에 앉아 있으면 제때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출입문 근처에 서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내리게 된다.
이번 달은 9시 출근을 시도하고 있다. 가끔 정말 출근하기 싫을 땐 10시. 9시 근방의 지하철도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때의 나를 비웃고 싶다. 매일 아침마다 사람들 틈을 밀고 들어오는 또 다른 사람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저 동네로 이사 가진 말아야지).
살고 있는 곳에서 회사까지는 지하철로 20분 걸린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세 정거장 남았다. 여기까진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적다. 오늘은 유난히 적은 것 같다. 이제 다음 역과 다다음 역에 도착하면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겠지. 마음의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