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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Mar 21. 2018

<김상욱의 과학공부>

과학 인문학 에세이

 <김상욱의 과학공부>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제목처럼 과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했는데요. 기대와 내용이 달랐습니다.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테마가 아니고, 세상에 대한 과학자의 단상입니다. 저자가 신문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서 엮었다고 책 후기에 나오더군요. 개념이 여러 군데 겹쳐 나오던 이유가 그제야 이해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제목을 다르게 하면 어땠을지요. '과학 에세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립니다.



 과학도 교양이다


'셰익스피어'는 교양이지만, '열역학 제2법칙'은 교양이 아닌 걸까? 물리학자가 보기에 이 두 질문의 중요도는 비슷하다. 열역학 제 2법칙은 시간이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지 설명해주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p.11


 이론물리학자이자 교수인 김상욱은 과학도 교양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엽니다. 과학은 호기심을 갖고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는 알기 위해 공부합니다. 즐겁게 배우고 창조하는 삶이 최고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저 또한 아래 구절을 읽고 미분, 적분이 왜 필요한지 깨달아서 기쁩니다.


우주는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뉴턴이 만든 고전역학의 법칙은 F=ma(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와 같다)라는 수식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a는 속도의 시간에 대한 미분이다. 표현이 좀 어렵다면, 속도가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분은 말 그대로 잘게 나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4시 56분 20초와 4시 56분 21초의 두 지점으로 시간을 잘라내는 것이다. 속도의 미분이란 이 1초의 시간 간격 동안 속도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나타낸 것이라 보면 된다.(...) 미분의 사용은 뉴턴의 운동법칙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인과율의 적용을 받고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면 미분을 이용하여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경제지표, 뇌 전위, 핸드폰 신호, 우주선의 궤적 등 법칙에 따르는 듯이 보이는 모든 것이 다 미분의 표현 대상이 된다. 미분으로 표현된 규칙에 따라 실제 한 계단씩 이동하여 미래의 값을 구하는 과정을 적분이라 한다.(...) 결국 미분이란 인간이 우주를 기술하는 틀이다. 당신이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영어를 알아야 하듯이, 당신이 우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분을 알아야 한다. /p.73


 우리는 과학을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들어진 허상을 고발하고, 권력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과학도 철학처럼 인간을 자유롭게 합니다. 저자는 인간이 가장 행복한 상태가 과학자라고 말합니다. 그처럼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한 상태가 되길 바랍니다.

 


 물리의 인문학


 글쓴이는 F=ma와 같은 물리법칙을 "우주의 시"라고 표현합니다. 함축된 시가 아름답듯이, 단순한 물리법칙 또한 아름답습니다. 한 문장 안에 결정론이나 자유의지처럼 깊은 인문학 주제가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의 시선이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면, 생물학 관점에서 진화론을 설명하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해석합니다. 우주론으로 볼 때 이 크나큰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 그것도 같은 종을 만나기 어렵기에 다른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낭만적이지 않나요? 참, 다음 구절처럼 낭만 파괴를 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노을은 빛이 공기 입자와 산란을 덜 하는 현상일 뿐이라뇨..


 우주에도 의미는 없다. 당신이 멋진 석양 속에서 프로포즈하고 있을 때 붉은색 빛이 공기 입자와 산란을 덜 하고 있을 뿐이다. 의미는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나중에 부여하는 것이다. /p.239


 과학자가 말하는 '물리의 인문학'은 제 예상과 사뭇 다르게 전개됩니다. 예를 들면, 종교를 만들어진 신이라고 비판할 줄 알았는데요. 신학은 과학과 서로 다른 사고방식이기에 둘은 양립할 수 있다고 나옵니다. 사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 해도, 그것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표현이 없다고 실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인간은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미술 작품을 보고 각자 해석하듯이요.

 '상상력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상상은 인공 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니까요. 억지로 이름 붙이고 합리화하면 정신승리일 수 있겠습니다만. 진심으로 깨달으면 세계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운명처럼 소중하게 느끼면 함께하는 일상이 특별해집니다. 두 사람의 우주가 만나서 새로운 우주를 만듭니다. 어린 왕자에게 한 송이 장미가 특별해진 것처럼요. 어떤 의미로 만들지는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일이 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안 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다. 우주는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p.123



 책을 점수로 말하자면, 독서모임에서 5점 만점 중 평균 3.5점이었습니다. 과학자가 쓴 에세이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합니다.'과학적 발상이 인문학적 통찰을 만나다'라는 테마로, 사회이슈, 문학, 예술 등을 과학으로 풀어냅니다. 덤으로 과학자부심과 직업 정신을 느낄 수 있고, 깨알 같은 이공계 유머도 있답니다. 결혼식에서 부케를 포물선으로 던지라는 얘기에 '어떻게 던져도 포물선인데..'라는 생각과, 이메일 첨부파일이 암흑물질로 되어있는지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럼 중력파로 확인해보라는 답장을 받았다는 '흔한 이론물리학자들의 이메일' 등 일상 에피소드가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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