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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Nov 25. 2023

드레스 코드가 있는 파티에 초대받았습니다.

슬초 브런치 작가 모임을 앞두고.

 드레스 코드가 있는 파티에 초대받았다.

드레스코드 : 시간, 장소, 상황에 어울리도록 옷의 스타일, 격식, 모양, 색상 따위를 정해 놓은 옷차림.

네이버 국어사전


 캐리브래드쇼와 세레나를 보고 이삽십대를 보낸 우리 세대에게 드레스 코드는 황홀함과 같은 말이다.  반짝거리는 사람들과 미국 상류층의 파티를 떠올리게 하는 두근두근한 이 근사한 사건이 드디어 내 인생에도 찾아온 것이다.


 드레스 코드는 블루로 정해졌다. 몇 주간을 고심해서 아이템을 결정했다. 괜찮은가 싶으면 너무 고가였고 때로 과도하게 화려하거나 누추해 보여 적당한 아이템을 고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추려낸 물건을 일주일 전에 구입하고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지만 약속된 배송날짜가 하나 둘 지나버려 취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사기로 한 물건에서 조금씩 비껴나간 물건들을 쿠팡으로 구입했다.


 새벽배송으로 하루 전날 받은 옷들을 입어보며 영하 8도까지 내려간다는 서울의 날씨를 보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서울행 기차표를 쥐고 소풍 전날처럼 두근거리는 사간이 감사하다. 마법에 걸린 신데렐라처럼 다시 집으로 돌아가 삼시 세 끼를 처려야겠지만 오늘만큼은 파랗게 반짝거리는 보석처럼 행복해야지.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은유)에는 홀로 블로그에 5년 동안 글을 썼던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달리는 댓글과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조회수에도 묵묵히 때로 자유로움을 느끼며 글을 썼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나는 외로움과 막막함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 변두리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홀로 만들어 내고 시공을 거슬러 내 마음을 받아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나는 자주 포기하고 자주 좌절했으므로 통 자신이 없었다.


브런치 글쓰기 모임에 등록하고 같이 쓰고 읽는 다정한 이웃들을 만났다. 서로의 안전 기지가 되어 광활한 우주에 반짝이는 별처럼 멀리서라도 그 존재를 확인하면 막막한 밤에도 한 글자씩 써지곤 했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던 모임 생활이었지만 관성을 포기하고 동료를 얻기로 했다. 쓰지 않던 근육을 내둘러 스스로를 가두었던 어둠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두 달 남짓 열다섯 편 정도의 글을 썼다. 때로 눈물로 때로 웃음으로 적어 내려간 글만큼 나의 일부를 여기에 남겼으므로 나는 가벼워졌다. 쓰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서로의 글을 아껴주는 일을 계속하려 한다. 기꺼이 그들의 독자가 되어 성장하는 일을 함께 해야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막막함이 찾아오면 반짝이는 그들의 글들에 기대어 잠시 쉬어 볼 것이다.



글을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친구 같은 작가님들께 감사드려요. 오랜 우정을 쌓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쓸게요. 다정한 마음을 나누며 계속 나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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