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워킹맘에서 육아맘으로

요리실력이 꽝


나는 요리가 어렵다. 결혼 후 제일 어려운 것은 ‘요리’이다. 결혼 전 친정엄마가 이야기해주었다.     

“지향아! 요리는 결혼하면 닥치면 다하게 되어있어.”

“그래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엄마?”

“결혼하면 평생 할 요리. 하고 싶은 일이나 마음껏 해라.”     

평소에도 요리에 관심이 없던 나는 음식 만들 기회가 별로 없었다. 덕분에 결혼해서 고생 많이 했다. 남편과의 식사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초보주부인 나는 김치찌개를 만들고, 간단한 밑반찬을 만들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매 끼니마다 뭘 만들어야 하는지? 늘 고민이었다.     

결혼 초, 시부모님은 저녁마다 우리 집에 오셨다. 내 입엔 간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여보, 너무 싱거워. 소금!”

“내 입에는 맞는데….”     

싱겁게 먹는 친정집과 다르게 남편과 시댁 식구는 전라도 특유의 짭짤하고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 뒤부터는 내가 짜다고 할 정도로 간을 맞추고, 식탁 위엔 늘 소금을 준비해야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큰아이가 태어나 이유식 시작할 즈음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겨우겨우 만들어서 먹였던 기억이 난다. 요리는 내게 고난과 같다. 요즘 우리 집 요리는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어린 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담백한 음식을 만들어준다. 다만 메뉴는 늘 고민거리다. 다른 집 아이들은 뭘 먹이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면 거의 비슷한듯하다. 큰아이 유치원 친구인 수찬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수찬이 엄마! 수찬이 뭐 먹여요?”

“우리 아이들은 계란 요리 많이 해줘요. 그리고 남자아이 3명이다 보니 먹성이 좋아서 식비로 많이 나가요.”

“간식은요?”

“요즘에는 호빵이나, 붕어빵, 빵 사다 줘요. 중학생인 큰아이는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해서 냉장고에 초코파이는 늘 챙겨둬요.”

“그렇구나.”     

나보다 육아 경험도 오래되고, 살림 노하우도 있는 세 아이맘 수찬이 엄마에게 가끔 물어본다. 14년이 넘는 그녀도 요리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결혼생활이 오래된 엄마들도 요리가 어려운 것은 같은 마음인 듯하다.      

나보다 먼저 결혼한 여동생은 이야기한다.     

“언니, 주말에는 하루 종일 주방에 있어.”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이고, 돌아서면 저녁이야.”

“가끔 외식은 하지?”

“그이가 외식을 싫어하고 집 밥을 좋아해서 주말에는 너무 힘들어.”     

제부는 외식을 싫어하고 집 밥을 고수하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여동생은 식자재만 준비하면 뚝딱뚝딱 한상 가득 만들어 놓는다.  그럴 때마다 입이 쩍쩍 벌어진다. 동생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 결혼 전 회사에 푹 빠져서 요리할 시간이 없었던 동생이었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살면서 가족들 먹거리를 특히 신경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못하는 요리였지만 많이 만들다 보니 요리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도.     

남편한테 요리 못한다는 이야기 듣기 싫어 ‘00 요리학원’에 등록도 하고 갖은 시도를 해봤다. 결혼 전과는 확실히 다른 삶이 펼쳐진다. 요리를 해야 하고, 메뉴도 고민해야 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5년을 고군분투했지만, 결혼 5년 차 주부인 나는 여전히 ‘요리 꽝’이다. 그래도 결혼 초 때보다 요리의 실력이 조금 늘었다. 내가 원하는 요리는 유튜브에 다 있다. 원하고 찾기만 하면 유튜브에 수많은 지식이 쌓여있다. ‘김치찌개’는 남편이 인정한 나만의 요리가 되었다. 김치찌개도 수십 번, 수백 번 끓여보니 조금씩 맛이 좋아졌다. 우리의 삶도 요리와 다르지 않다. 하던 일에 실패해서 힘들지라도, 원하는 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사실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워킹맘에서 육아맘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