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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Dec 14. 2021

돌려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될까

달이 참 아름답네요

어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깨어나자마자 떠오르는 노래가 있어 거실을 노래로 채운다. 

<월량대표아적심>, '첨밀밀'과 함께 잘 알려진 중국노래다.

 가사가 궁금해서 검색하던 중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일화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月が綺麗ですね (달이 아름답네요) 


 나쓰메 소세키가 영어 수업 시간 중 'I love you'의 번역을 '달이 아름답네요' 정도로 옮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라고 말한 일화라고 한다.


 낭만적인 표현이다. 남녀가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이렇게나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니. 그러면서도 내가 집사람에게 이 말을 썼다면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함께 생긴다. 아마 '응 그러게. 오늘은 참 달이 크고 예쁘네. 잘 보인다'하고 끝날 것이다. 아마 '그러게'라고 짧게 답을 받을 수도 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사랑한다'라는 표현은 그렇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달이 아름답다'를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이해하기까지에는 어떠한 과정들이 필요할까.


'달이 아름답네요' 

= 당신과 함께 보는 달이 아름답네요.

= 당신과 함께 달을 보는 이 순간이 아름답네요.

= 달처럼 당신도 아름답네요.

= 당신은 아름답고 나는 그런 당신이 좋은데, 차마 직접적으로 말하긴 좀 그러니까 달로 빗대어서 말해볼게요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마지막 문장에 도달했다. 저것도 주관적인 해석이지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나쓰메 소세키가 번역한 'I love you'를 나름 잘 풀어서 쓴 것이지 않을까.라고 혼자 생각해본다. 


우리는 일상에서 '돌려 말하기'를 생각보다 많이 사용한다. 완곡한 표현. 상대에게 직설적인 표현으로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쑥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가리기 위해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돌려 말한다. 서로가 공유하는 것도 많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으니까. 적당히 돌려 말해도 알아듣는다. 아니 그래 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속엔 당신이 나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가 자리 잡고 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줘.


'달이 아름답다'를 'l Love you'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화자와 청자가 서로에 대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서로 호감이 있고 함께 있는 그 순간에 저 말을 건네었을 때, 상대는 달이 아름답다를 '좋아해'로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렇게 낭만적인 순간에는 어떤 말이든 아름답지 않을까. 달 따위가 중요한가. 함께 달을 보고 있는 당신이 중요하지.


만약 저 문장을 건네었을 때, 상대가 뜻을 이해하는 느낌이 든다면 앞뒤 재지 말고 붙잡자.

반대의 경우에도 오늘부터는 '어 그러게~'하고 넘어가지 말고. 

주책이다. 이게 뭐라고 내가 왜 설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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