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퇴근하고 약속이 있어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 속 정자역 3번 출구 바로 옆에서는 꽃을 팔고 있었습니다. '삭막한 도시 한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지하철역 입구에서 웬 꽃인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막상 보면 꽤나 낭만적입니다. 저는 한 번도 꽃을 사서 선물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긴 기다림 동안 그날따라 유난히 작은 꽃다발이 마음에 들어 꽤나 오랫동안 보고 있었습니다.
처음 지하철역 근처에서 꽃을 파는 곳을 본 것은 '혜화역'. 대학로 입구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는 유난히도 눈에 띄었습니다. 공연이 많은 곳이라서, 데이트를 많이 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꽃집이 아닌 길거리에서 꽃을 파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어쩌다가 일하는 곳이 혜화 쪽이 되었을 때는 간간히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연령의 사람들이 그 꽃을 사가는 것도 몇 번 봤지요.
그리고 다시 길거리의 꽃 가판대는 옮긴 직장의 지역인 판교역에서 만났습니다. 역시나 퇴근길의 북적임 속에서 꽃은 돋보였습니다. 크기도 부담스럽지 않아 선물하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이내 생각이 바뀝니다.
'이걸 어디에 써...'
아마도 꽃을 선물하는 이유는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꽃을 봤는데 네가 생각나서 주고 싶었어.'
꽃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묘합니다. 평소 일상 속에서는 잘 보지 못하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꽃의 색이야 말로 진정 자연의 색임에도 불구하고 일상과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회색과 사각형의 도시 가운데 혼자 화려하게 때로는 수수하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좀 예쁜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 해 보고 싶었는데, 이 짤 밖에 생각이 안났습니다...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 특별함이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상대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꽃을 주기로 합니다. 생각보다 어렵네요.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더 생각해보면 괜히 꽃말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2년의 어느 겨울날에 다시 찾아갔던 정자역 3번 출구 앞에서는 꽃을 팔지 않았습니다. 입춘이 지나고 유난히도 춥던 그 날. 약속 장소였던 5번 출구에서 굳이 3번 출구로 와서 꽃 가판대를 보러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때 마음에 들었던 손바닥 만한 귀여운 안개 꽃다발을 다시금 보고 싶어서. 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