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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Mar 18. 2022

두 번째 육아는 쉬울까?

땡, 쉬운 육아는 없다.

누구에게나 처음 시작은 설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낯설고, 두렵고, 어렵기도 하다.


나도 그랬다.

처음 나선 길을 걷을 때에는 여유롭게 둘러보고 구경하며 걷기보다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두리번두리번 헤맨 적도 있고,


요리에 자신이 없는 내가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메뉴에 도전할 때에는 만드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이대로만 따라 하면 밥도둑!’ 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 많은 이가 극찬하는 어느 요리전문가의 보장된 레시피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가보면 가볼수록, 하면 할수록 낯선 길도 머릿속에 익숙해지고 요리법도 손에 익어 레시피를 보지 않고도 뚝딱 해낼 수 있게 된다.



첫째가 4살쯤 되었을 무렵,

그래도 나름 순했던 아이에게 자기주장이 생기면서

엄마인 나와 의견 충돌을 하는 일이 왕왕 있었는데,

아이도 나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꽤 있었던 기억이 난다.


4살 무렵 아이의 심리에 관한 책을 읽으며 조금은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이 있다.

‘두 번째는 쉬울 거야!’

‘둘째는 지금처럼 힘들이지 않고 키울 수 있겠어.’


두 번째는 정말 쉬울 줄 알았다.

첫째에게 심리적으로 변화가 생긴다는 걸 몰라서 우리가 이렇게 힘든 거였다고 생각했고,

둘째를 키울 때에는 이제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으니까 미리 대비할 수 있으리라.

넓은 마음으로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공감하고 품어주어야지.

다시 육아를 한다면 자애로운 어머니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만의 착각이었다.


어느 날, 보란 듯이 나의 생각은 와장창 부서졌다.

둘째는 함께 나선 마트에서는 장난감을 사고 싶다고 한참 목청껏 울었고,

산책길에서는 몇 차례나 토라지고, 걸음을 멈춰서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도무지 급 변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길가에서 화장실이 급하다는 첫째도 챙겨야 했고, 결국은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둘째에게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따져 물었다.


기분 좋게 걸으며 산책하려 했는데 괜히 모두가 다 기운만 빠진 채로 집에 돌아왔고, 아이들이 잠에 든 후에 홀로 오늘의 육아가 힘들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에 빠졌다.

‘사달라는 거 기분 좋게 그냥 사줄 걸 그랬나? 좀 너그럽게 받아줄걸..’

또 자책하고 반성하면서 나에게서 열심히 이유를 찾아보다가 번뜩 생각이 났다.


‘아! 우리 애가 지금 4살이구나..! 첫째도 4살 때 이랬었지.’

아이가 4살이 다가오면 아이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준비는커녕 무방비의 상태로 아이의 4살을 맞이하고 있었다.

둘째를 키우면 될 줄 알았던 내가 꿈꾸던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또래에 비해 비교적 무난하고 자기 할 일 척척 알아서 잘하는 첫째와는 조금 다르게 예민하고 유난스러운, 그렇지만 애교도 유독 많은 둘째.


두 번째는 잘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아이도 나도 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셋째가 4살이 될 무렵에는 조금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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