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끝나고 스타벅스에서 베이글이랑 커피도 즐기고, 수영장에서 참기름도 나눠주고, 싸가지 없는 자식 놈들 흉도 좀 보고, 수제비도 먹으러 가면서 나이 들어도 재미있게 살고 싶다.
'내 꿈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거야'라고 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할머니'는 자동으로 되는 건데,
어떻게 하면 '귀여운' 할머니가 될 수 있는 걸까?
나는 평생 '귀여'웠던 적이 없는데 늙어서는귀여움이라는 것을 장착할 수 있을까? ㅋㅋ
나에게는 해당 없는 소리이다.
귀엽기는커녕 어디 가서 고집불통이라고 욕이라도 안 먹으면 다행이다.
최화정이 왜 인기 있나?
밀라논나를 왜 좋아할까?
윤여정을 왜 멋있다고 하는가?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화정처럼 잘 꾸며진 넓고 좋고 비싼 집도 없고, 연예인도 아니라 돈도 그만큼 없고, 그런 예쁘고 맛있는 요리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밀라논나처럼 우아한 말투도 갖고 있지 않고, 나이 들어도 멋있게 옷 입는 센스도, 명품을 잘 골라서 오래도록 입는 방법도 모른다.
윤여정처럼 꼿꼿하게 할 말 다하면서 살려면, 그 나이가 되어도 내 할 일은 칼 같이 해내는 실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데, 매일출근도 겨우 하는 우리들이 갑자기 1만 시간의 법칙!!!!! 을 외치며 '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될 거야!' 하는 갓생인간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이 무식해서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나이는 의외로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서,
신통하게도 다들 알고는 있다. 각자의 그릇을.
그들을 롤모델로 삼아봤자 '롤'도 '모델'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나이 들어도 저렇게 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지 않을까,
나이 들어도 재미있게 살 수 있고 즐길 수 있구나 하는 희망, 또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
사람들은 지나온 흔적보다내딛는 걸음에더 관심이 많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산길에서, 한 치 앞이 안 보이더라도 앞을 보고 걷지, 지나온 내 발자국 구경하며 뒤로 걸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나이도 길이라 생각하면 인생도 비슷하다.나보다 어린 사람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 혹은 저렇게는 늙으면 안 되겠다 하면서.
젊고 어린 사람들을 보면 가끔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얼굴과 몸이 늙어가는 것은 싫지만 시간은 앞으로 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 어떤 '주니어'라도 누군가에게는 '시니어'가된다.
남을 의식해서 살 필요는 없지만, 남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의식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나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
심지어 나의 현재에 자신의 미래를 대입해 보면서.
그래서 주니어든 시니어든 '잘' 살아야 된다.
어디서든 인생 후배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즐겁게, 열심히, 잘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