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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Nov 26. 2024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한 번 대차게 미뤄봅니다 

미룬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초등학생이 집에 있다면 아실 텐데요. 

미룬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쓸데없는 밈인 줄 알았더니 집에 있는 아이들이 계속 노래를 불러대서 

어느새 저도 "시작이 젤 무서워 미룬이~" 하면 뒷부분을 이어 부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사를 보니 심오한 뜻이 있었습니다.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내일의 나에게 일단 미루지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데만 급급한 어른이

되지도 못했지 나는 미룬이

널부러진 양말밭 건너

옷 걸린 숲을 지나서

설거지 동산의 향기를 모르는척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어

미룬걸 보는건 일단 미룰래

내일의 난 더 어른이니

나보다는 용기 있겠지

약해빠진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기 위해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 “나중에 볼 영상”에 저장해놔

더 이상은 못미뤄

지금이 그때야

이것만 보고 힘내서 시작할꺼야

라는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일단 치킨을 먹는 나는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내일의 나에게 일단 미루지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데만 급급한 어른이




'설거지 동산의 향기를 모르는 척'이라니. 

이것은 현대인의 슬픈 일상을 가장 잘 표현한 하나의 글이 아닙니까?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 <나중에 볼 영상>에 저장해 놓고 

치킨 먹으면서 미루다가 그 영상도 못 보는 애절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나중에 볼 영상에 저장해 놓고, 진짜로 나중에 보시나요? ㅎㅎㅎㅎ 

저도 그 폴더에 있는 영상들을 제일 못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저의 일신상의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아주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글도 못 읽고, 라이킷도 못 누르고, 댓글에 답글도 달 짬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 미룹니다. 미룬이가 됩니다. 


그래서 오늘 글도 대책 없이 한 번 미뤄봅니다. 


<이번주는 개인 사정으로 한 주 쉬어갑니다>라는 글을 써볼까 생각했지만, 

그런 거 말고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안 해본 <백지답안>을 내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미룬이가 된 나에게 채찍질을 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미룬이 된다고 망한이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오늘은 미룬이가 된 채로 잠깐 누워 쉬겠습니다. 

여러분 감기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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