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딩크를 고민 중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을 좋아합니다. 늘 자존감이 낮았고, 일의 성취를 통한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자존감을 높여 왔습니다. 머리가 좋았기에 가능한, 제일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그 밖의 방법은 책에 적었듯 내가 원하는 걸 항상 물어보는 것인데, 여전히 노력 중인, 현재 진행형인 방법입니다.
아기를 낳고 싶냐,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실은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레 지금보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떨어지고, 그것이 곧 자존감의 하락으로 이어질까봐 두려워하고 있거든요.
내가 남자였다면, 남자의사였다면 일찌감치 결혼해서 애를 낳았겠죠, 어차피 돈 잘 버는데, 집에서 가정 주부해주고 육아를 주도해주는 남편이 있다면 제 고민은 크게 덜어졌을 겁니다. 애석하게도 나는 여자이며, 전문직이어도 한국 여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진 않습니다.
자존감을 떨굴 수 없어서(나의 경우는 양극성 장애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아마도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것입니다. 안 나으면 그만이나, 동시에 내가 정신질환자라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나는 ‘하여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내가 이 정도라면… 평범한 정신질환자들은 오죽할까요?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