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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냄 May 25. 2024

공무원도 글을 잘 써야 하는 이유


제 직업은 시청 공무원입니다. 공무원 생활을 해보니 공무원은 제법 많은 글을 써야 하는 직업이었습니다. 공무원은 문서로 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타 부서나 대외 기관에 보내는 각종 공문부터, 사업계획서, 결과 보고서, 동향보고, 메일, 쪽지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글을 씁니다. 


공문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타 부서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 요청사항에 대해 회신해 주는 공문, 시민에게 안내사항을 전달하는 공문, 상사에게 사업계획을 결재받는 공문 등 주제와 내용이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그만큼 공무원도 문서를 읽는 대상이 누구인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글을 쓰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맞춤법은 기본이고, 문서의 길이부터 표현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만 하는 것이죠.


8년 차 공무원이 되어보니, 문서를 보면 대략 그 사람이 얼마만큼의 실력을 갖추었는지 보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 상황에 맞는 표현을 썼는지, 읽는 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썼는지를 보게 되면서 그 사람의 내공을 가늠하게 되는 거지요.


공무원이 글을 잘 써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 


공무원의 글에는 이름이 남기 때문입니다. 문서를 작성한 담당 주무관부터 결재 과정에 있는 담당 팀장, 부서장의 이름까지 공문에 고스란히 남습니다.


드물게 '공문을 어떻게 이렇게 보낼 수 있지?' 하는 공문을 받아보게 됩니다. 그럴 때면 문서를 작성한 공무원의 이름을 유심히 보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공문을 어떻게 수정하지 않고 그냥 결재를 하셨을까?'하고 팀장님, 부서장님의 이름까지 다시 한번 보곤 합니다. 공무원이 글을 허투루 쓸 수 없는 이유죠.


이처럼 공무원은 글을 잘 써야 하는 것은 물론, 상급자라면 하급자의 글을 가다듬는 능력까지 필요하답니다. 


어쩌면 공무원은 매일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숙명인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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