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만의 아침 루틴이 있을 것입니다. 직장인이라면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기사를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본다든지 말이죠.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메일을 확인하며 커피를 마시든지 말입니다.
2019년 7월부터 시청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저만의 아침 루틴이 생겼습니다. 제 아침 루틴은 7시 40분경 집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집에서 시청까지 차로 걸리는 시간은 15분. 저는 차를 타면서 유튜브로 지역 언론사 뉴스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이슈가 있나?’하고 말이죠. 좋은 뉴스라면 기분 좋게 듣고 넘기지만, 나쁜 뉴스라도 뜨면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뉴스를 듣고 나면 시청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시청 7층에 위치한 비서실에는 7시 50분 ~ 8시 사이쯤 들어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2개의 지역신문과 종합 일간지 하나를 빠르게 읽습니다.
요즘 세상에 무슨 신문이야 하시겠지만, 신문을 따로 읽는 이유는 뉴스에 비해 정보가 더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신문은 보통 도 단위로 발행되는데, 같은 도에 속해 있는 다른 지자체의 사건, 사고 소식들이 담겨 있어서 지역 돌아가는 사정을 파악할 수 있답니다.
출근하면서 들었던 뉴스와 읽었던 신문 기사 중에 시장님이 꼭 아셔야 할 건들이 있으면, 시장님 컴퓨터에 뉴스 영상을 띄워 놓거나 신문기사를 출력해서 책상에 올려놓습니다. 문제가 심각한 건이라면 담당 과장님이나 팀장님께 전화를 드려서, 시장님께서 찾으실 수도 있으니 보고사항을 미리 준비를 해 놓으시라고 귀띔을 해드립니다.
그러고 나서 여러 부서에서 올라온 보고자료를 체크합니다. 결재 시간이 있어서 시장님을 직접 만나 뵙고 보고를 드리기도 하지만, 대면보고까지 할 사항이 안 되는 것들은 간단히 1장 정도로 정리된 보고전을 작성해서 시장님께 올려드린답니다. 수시로 비서실로 보고전이 올라오는데, 매일 아침에만 10여 건에 가까운 보고전이 시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동향 자료는 꼭 올려드려야 하는 자료였습니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서 보건소에서 자료 정리가 늦어질 때면, 시장님이 출근하시기 전에 받아볼 수 있도록 보건소 담당자에게 독촉 아닌 독촉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언론 보도자료, 각종 보고 자료를 확인한 뒤 시장님도 출근하시면 보실 수 있도록, 시장님 책상 위에 자료들을 가지런히 올려놓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늘의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일정표와 행사별 자료를 훑어보면서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상상을 하죠.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8시 25분 정도가 되면 1층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이 비서실로 전화를 주십니다. 시장님께서 1층 로비로 들어오셨으니 곧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신다고 말입니다. 나중에는 그런 안내 전화인 줄 알고 받자마자 ‘네 고맙습니다’ 하고 끊는답니다.
전화를 받고는 비서실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립니다. 잠시 후 복도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장님이 걸어 들어오십니다. 비서실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드리며 시장님을 맞이합니다.
저는 집무실로 들어가시는 시장님의 뒤를 따라 걸으며 확진자 발생 동향, 그날의 이슈사항이나 중요 일정이 있으면 간단히 보고를 드립니다. 그렇게 보고를 마친 후 집무실에서 나오면, 시장님은 책상에 올려진 신문과 각종 자료를 보시며 하루를 시작하신답니다. 그러고 9시가 되면 공식 일정이 시작되지요.
저의 아침 루틴은 크게 두 축이었습니다. 그날의 이슈, 그리고 일정입니다. 이슈를 확인하기 위해 뉴스, 신문, 보고 자료를 체크하고, 당일 일정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다시 한번 일정표와 행사 자료를 챙겨보는 것이었죠.
다른 직원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이슈가 발생하면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끝내지 않고, 이슈를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미리 준비하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시장님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 수행비서의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할 것만 같은 수행비서의 아침 루틴. 생각보다 특별하지는 않지요? 그렇다고 무난하지도 않은 어느 수행비서의 아침 루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