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살게 되었다.
남편을 따라 타지로 오게 되었는데 남편도 연고가 없는 곳이라 둘 다 이곳에서 새롭게 적응해야한다.
남편 이직으로 조금은 갑작스럽게 오게 된거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두 달간은 이사준비에 집중했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새 직장을 구하고 나는 내 방식대로 생활을 꾸려야한다.
솔직히 오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이제껏 한번도 떠나본적 없는 고향, 가족의 곁을 벗어나 이제는 정말 뭐든 다 내 스스로 해야한다는 것이..
막상 상황에 부딪히고 맞닥뜨리면 해낼 것을 알지만 그러기까지, 해내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자꾸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으려 하고 현재에 안주하고 싶어졌다.
익숙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직장을 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등등 막연한 두려움과 고민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과 걱정들은 나를 나약하게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뿐이었다. 이사오고나서 아직 동네 적응부터 하는 중이기도 하고 새 직장을 본격적으로 구하기 전이라 시간이 정말 많아졌고 그로 인해 여유가 흘러넘치니 이런저런 생각들도 많아진 거 같다.
그래서 한동안 읽지 못했던 책장 속 책들을 하나둘씩 꺼내읽기 시작했다.
이사 오기 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멘탈을 단단히 하려고 시작한 독서였는데 이사준비로 바빠서 또 잠시 읽기를 쉬다가 다시 시작한 책 읽기였다.
가장 최근엔 '미움받을 용기2'를 상당히 인상깊게 읽고나서 계속해서 철학적인 책이 읽고 싶어졌다.
'미움받을 용기1'을 아주 재밌게 읽어서인지 2편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 가치관에 꽤나 큰 영향력을 준 책이기도 해서 1, 2편은 반드시 완독하고 싶었다.
책을 다 읽고나면 괜한 뿌듯함에 하루가 보람차게 느껴졌는데 참으로 웃기게도 나는 착각 아닌 착각을 좀 했던 거 같다. 단지 몇 권의 책 읽기로 당장의 내 삶이 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완독하고 난 후에는 마음이 조금 들뜨기까지 했었다.
물론 책 몇 권 읽는다고 내 삶이 갑자기 바뀌진 않겠지만 내 마음에 작은 자극과 울림을 전해줬고 그건 분명 나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초석이 되었다.
다들 말하는 책 읽기의 중요성, 책 많이 읽으면 좋다란 말의 진짜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봤다.
내 삶의 가치관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줄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있는 방법이 바로 책 읽기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을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독서이지 않을까,
대단하고도 거창한 변화나 무언가가 아니라 나의 마음에 작은 물음표를 던져 그 해답을 찾아가게 하고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주도록 만드는 게 책의 힘인 거 같다.
올해 목표(적어도 한 달에 한 권은 책 읽기)한 대로 느리더라도 꾸준히, 천천히 책을 계속 읽어야겠다.
그리고 그 끝에는 다음의 물음에 현명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나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가’
시간이 많아져서 시작한 독서가 이런 철학적 물음까지 이르게 했다.
그리고 책이 내게 건냈던 위로, 익숙했던 것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고 익숙한 것을 벗어던져야 변화가 있고 나아갈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좀 더 와닿는다.
- 오늘의 짧은 끄적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