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를 읽고
작가님은 여행의 의미부터 여행을 하는 인간의 속성, 여행을 시작한 본인의 여러 이유와 관련 에피소드들을 읽기 쉽고 재미있게 써주셨다. 여행은 무엇 때문에 한다는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은 여행할 수밖에 없는 ‘호모 비아토르’라고 설명했다.
작가님도 스스로 귀환의 원점은 없고 여행하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하셨다고 했다. 작가님은 글쓰기를 위한 영감을 얻기 위해 여행한 적은 없다고 하셨다.
나 또한 특별한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아니면 인생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기 위해 여행하는가? 아마도 그건 아닐 거 같다.
물론 여행을 다녀온 경험은 어떻게 해서든 삶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퍼져 내 삶에 얽혀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할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곧 일상에서의 탈피, 일상적인 것에서 벗어나 단순히 즐기고 리프레시만 되어도 충분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아 그때 그 (여행의) 경험이 이렇게 영향을 주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 같다.
여행을 통해 보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나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대해 좀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하는 과정 중 하나로 볼 수도 있겠다.
작가님의 말을 빌리자면, 여행은 ‘오직 현재’에 집중하게 한다고 하셨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오로지 바로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말이 참 와닿았고 그래서 여행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다 잊고 오로지 하루하루를 즐기며 목전의 일들을 헤쳐나가는 것!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이들과 만나지만 그들이 베푸는 환대와 우리가 보이는 신뢰(이것도 작가님의 표현 중 하나인데 참 와닿았던 것), 그 환대와 신뢰가 상호작용하는 것이 여행이고 나아가 이 연결고리가 널리 퍼져나갈 때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화려한 이유들 덧붙여가며 여행의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작가님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여러 에피소드들을 통해 덤덤히 써 내려간 내용들이 굉장히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두껍지 않은 데다 쉽게 읽히니 막힘 없이 읽어 내려갔던 책이다. 나 또한 여행이란 무엇이고 여행하는 이유는 뭘까에 대해 한동안 생각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이 책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한다면 은은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책이다.
2023, 계묘년 새해 첫 책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람은 늘 일상을 벗어나 여행하고 싶어 하지만 일상이 있기에 여행의 의미가 더 짙게 강렬하게 느껴지는 거 같다.
삶을 여행하고 있는 우리, 과거부터 늘 이동하며 살아온 우리는 여행과 떼어놓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삶을 여행처럼, 여행은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자.
간략한 새해 첫 독후감은 여기서 마무리하며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