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브라질 여행 ep.3
Rio de janeiro
작년 한 해를 보낸 네팔이 ‘히말라야’의 나라라면, 브라질은 ‘대서양’의 나라다. 네팔에서 어디서든 산이 보였듯이, 브라질은 어딜가든 해변이 있었다. 삶이 해변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좋을만큼, 해변은 브라질리언들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브라질 대부분의 도시들이 해안가에 밀집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당연 ‘리우’다. ‘브라질 제2의 도시’ ‘세계 3대 미항’ ‘브라질 최대 항구도시’ ‘리우 카니발’ ‘리우 올림픽’ 등 수많은 수식어에 묻혀 있지만, 리우는 브라질 그 어느 도시보다도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도심 사이사이에 자리한 돌산과, 도시를 둘러싼 해변,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과 그 주변을 이루는 습지대는 리우만이 가진 독특한 풍경이다.
리우 하면 섹시한 몸매의 인파가 붐비는 해변이 떠오를 것이다. 리우에는 수많은 해변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지만, 모든 해변들이 지리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리우를 대표하는 copacabana와 ipanema 해변은 리우 카니발과 게이 퍼레이드가 열리는 축제의 해변, joatingam와 sao conrado 은 서핑을 즐기기 좋은 해양 스포츠의 해변, 고급요트가 즐비한 flamengo는 항구의 해변, 암석이 둘러싼 vermemlha와 숲 속에 둘러싸인 reserva 해변은 작고 조용한 비밀 해변이다. 게다가 리우에는 중미 카리브해와는 달리 '프라이빗 비치'가 없어, 이 모든 해변을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수많은 돌산과,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은 리우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 중 브라질의 상징 ‘예수상’이 있는 코르도바 언덕과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는 빵산이 가장 유명하다. 리우에는 이 외에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돌산들이 많다. 특히 포토존으로 유명한 Pedra da Gávead와 pedra do telefrafo는 바위와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변뷰가 아주 장관이다.
호텔에서 한 달 살기
카니발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어느 호텔에 한 달치 숙박비를 결제했다. 사실 호텔은 한 달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무래도 ‘내 집’ 같은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억지로 ‘내 집’처럼 생각해보려 하면, ‘편안함’이 아닌 고시원 같은 ‘답답한’만 들뿐이었다. 호텔이나 고시원이나 같은 단칸방일 뿐이지만, 아무래도 ’고시원’보다는 ‘호텔’이 주는 느낌이 더 나으니까, 내 집처럼 느끼기는 포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호텔의 큰 단점은 요리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한식을 먹어줘야 힘이 나는데, 호텔에서는 라면도 못해 먹는다. (게다가 코파카바나 근처엔 한식당도 없다.) 한 달 동안 집밥을 못 먹는다는 것, 외국에서 외식만 해야 한다는 건 분명 고역이었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굳이 호텔을 한 달 살기 숙소로 결정한 것은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였다. 코파카바나로 넘어오기 전 이미 바라데 티주카에서 2주간 (내 집처럼 느껴지는)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렌트하면서 지출이 너무 컸다. 막연히 부촌 지역이라 숙박비가 비쌌던 거라고 생각했기에 코파카바나에선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코파카바나는 리우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만큼 숙박비도 가장 비쌌다. 이곳에 머무는 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에 ‘에어비앤비’는 없었고, 별수 없이 호텔에 입주했다.
물론 호텔의 장점도 있었다. 우선,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청소할 게 많이 없는 작은 공간이긴 해도 청소 서비스가 주는 편리함은 생각보다 컸다. 외출 후 숙소로 돌아왔을 때 깔끔히 청소된 방과 정리된 침구를 맞이하는 건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샴푸와 바디워시, 휴지와 같은 사소한 생필품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았다. 두 번째는 조식이다. 게으른 성격 탓에 아침은 거르는 편이지만, 호텔 조식은 무조건 챙겨 먹는다. 조식도 다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헬스장, 수영장과 같은 부대시설 이용비는 크게 게이치 않지만, 유난히 조식에만 집착한다.) 비록 돈이 아까워서 겨우 일어나 비몽사몽 먹는 조식이지만, 조식을 먹으면 ‘이래서 아침식사가 중요한 거구나’하는 걸 바로 이해하게 된다. 아침식사를 한 날은 확실히 하루의 시작이 더 활기차다.
호텔 조식을 통해 각 나라의 아침식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여행의 큰 재미다. 비싼 호텔이야 어디든 선택지가 많겠지만, 최저가 숙소에 머물면 그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조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조식은 아무것도 곁이지 않은 기본 크루아상과 커피로 뿐이다. 아침을 가볍게 먹는 전형적인 유럽의 조식 문화다. 에콰도르, 페루와 볼리비아의 조식은 화덕에 구운 밀가루 빵이고, 콜롬비아는 옥수수 전분으로 구운 아레빠다. 둘 다 크루아상과는 달리 기름기가 전혀 없어 담백하고 가볍다. 때문에 주로 잼이나, 버터, 계란 등을 곁들여 먹는다. 브라질의 조식은 남미 국가들 중에 가장 무겁다. 빵 종류도 다양해서 도시마다, 호스텔마다 다르다. 하지만 어느 곳이든 반드시 햄과 치즈가 포함된다. 남미의 최저가 숙소에서는 쨈과 버터만 주는 곳도 많은데 브라질은 아무리 저렴해도 단백질이 포함된다. 조식에 과일이 포함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브라질은 ‘파파야’가 정말 맛있다. 원래 불호였던 파파야가 맛있는 과일이었다는 것도 브라질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쫀득쫀득 브라질
다행히도 한 달 살기 호텔의 조식은 괜찮았다. 햄, 치즈, 소시지. 계란, 유카에 각종 과일잼과 디저트로 좋은 패스츄리와 케이크, 매일 다르게 나오는 과일까지! 다양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한 메뉴들은 한 달 내내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식사빵도 다양했는데, 그중엔 브라질 대표 빵인 ‘pao de quijo’ 도 있었다. 글자 그대로 치즈빵이란 뜻을 가진 이 빵은 찰깨빵처럼 쫀득쫀득한 식감과 씹을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치즈향이 일품이다. pao de juijo는 자체만로도 풍미가 좋아 아무것도 곁들이지 않고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쫀득쫀득한 식감을 가진 또 다른 조식 메뉴가 있다. 바로 타피오카다. 한국에서는 거의 버블티에만 사용되지만, 브라질에서는 주식으로 보다 다양하게 활용된다. 고운 입자의 흰색 타피오카 전분은 겉보기엔 밀가루와 비슷해 보이지만, 조리법과 보관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물이나 우유과 같은 액체로 반죽을 해야 하는 밀가루와는 달리, 타피오카 전분은 열을 가한 프라이팬에 전분을 그대로 부어 조리한다. 그럼 하얀 전분이 녹으면서 반투명한 녹말 상태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점성이 생기면서 우리가 아는 버블티 펄의 쫀득쫀득한 식감이 된다. 타피오카 전분은 바로 섭취하면 설사를 유발하기 때문에, 반드시 조리 후 섭취해야 한다. 또한 밀가루와 달리 열에 약하기 때문에 무더운 브라질 날씨에는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타피오카는 자체만으로는 맛이 약하기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곁들여 먹는다. 타피오카의 메뉴는 무엇을 곁들이냐 따라 ‘salgado(짠 거)’와 ‘doce(단거)’로 나누어진다. 식사대용으로는 계란 스크램블이나 햄, 치즈 등이 들어간 살가도. 간식으로 먹을 때는 누텔라나 과일이 들어간 돌쎄가 좋다. 타피오카는 식감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타피오카에 계란 스크램블만 들어간 메뉴를 가장 좋아한다. 부드러운 스크램블과 쫀득쫀득한 타피오카의 자극적이지 않는 맛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음식문화
브라질은 남미에서 가장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다양한 지리환경와 문화를 가진다. 때문에 브라질에서만 재배되는 식자재들과 다양한 조리법이 융합되어, 음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여기에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이민자들의 음식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남미에서 가장 다채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중남미는 날씨가 온화하고 물가가 저렴하여 어느 나라든 은퇴 이민자들이 많지만, 브라질은 그중에서도 이민 조건과 절차가 간소하여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또한 과거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경제적 부국이었던) 브라질 이민정책을 수립하면서,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그 결과, 현재 브라질에는 레바논에 사는 레바논 사람보다 더 많은 레바논 사람이 살고 있으며,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일본인이 살고 있다. 덕분에 브라질에서는 수준 높은 중동 음식과 일식을 맛볼 수 있다.
보통 여행을 할 때는, 음식도 중요한 문화 체험이라고 생각하기에 현지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 달 살기를 할 때는 편하게 원래 즐겨 먹던 음식(나는 한식, 남자 친구는 터키식)을 먹는다. 맛있는 현지식도 많지만, 역시 한국인에겐 한식이, 터키인에겐 터키식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상파울루에서는 봉헤찌루 한인촌 덕분에 3주 내내 한식만 먹었기에, 이번엔 남자 친구의 차례였다. 터키음식은 세계 3대 음식으로 꼽힐 정도로 워낙 유명한 탓에, 터키 음식이 아님에도 터키음식의 이름을 빌려 파는 식당들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리우의 터키 식당들도 대다수 레바논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민자가 많은 만큼 중동요리가 발전되어 있어 터키인 남자 친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맛이 훌륭했다. 특히 호텔 바로 옆 골목에 위치했던 중동 음식점(basha)은 일주일에 3번 이상 방문했을 정도다. (코파카바나에 있는 대부분의 중동음식점을 다 가봤지만 basha가 가장 맛있었다.) 숙소 근처에서 맛집을 발견하는 건 행운이며, 그 집에 단골이 된다는 건 한달살기만의 재미다.
브라질 식당문화
브라질에는 특이한 식당문화가 있다. 바로 'por kilo' 시스템이다. 직역하면 '무게당'이란 뜻을 가진 이 식당은 한국의 편의점만큼이나 흔하다. 식당에는 보통 10~15가지의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 중에 먹고 싶은 음식을 접시에 골라 담으면, 그 무게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por kilo는 체형 스펙트럼이 넓고 그에 따라 1인분의 기준도 천차만별인 브라질에 아주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이는 몸무게 차이가 30kg인 우리에게도 아주 편리했다. (우리는 항상 붙어 여행하기에 살이 쪄도 같이 찌고 빠져도 같이 빠지지만, 몸무게 차이는 항상 30kg로 고정이다.) 이 외에도 어려운 메뉴판 대신 음식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점, 음식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점, 음식물 쓰레기가 준다는 점,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페이주아다(브라질 콩요리)를 비롯한 브라질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나에게 por kilo는 곧 '뷔페' 였기에, 내 접시는 언제나 탄수화물도 종료 별로(밥, 볶음밥, 파스타), 육류도 종류별로(닭, 소, 돼지, 생선), 샐러드는 고기와 무게당 가격이 같으니 괜히 손해 보는 것 같아 생략이었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에게 por kilo는 메뉴는 다양하지만 한가지만 고를 수 있는 '김밥천국'같은 존재였다. 그들의 접시는 탄수화물 하나, 샐러드 하나, 육로 하나로만 채워졌다. 단조로운 접시들 사이에서 오만가지 음식으로 뒤섞인 내 접시가 민망했지만, 오랜 뷔페 습관을 버리지 못한 나는 언제나 모든 종류의 음식을 다 담았다. por kilo 시스템은 종종 베이커리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도입되어 있어, 디저트류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작정하고 제대로 먹고 싶다면, 슈하스께리아를 추천한다. 슈하스케리아는 입장권을 구매하면 음식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때문에 음식 퀄리티와 종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리우에는 관광명소로 기재될 만늠 유명한 슈하스케리아가 많다. 티주카에서는 그 중 한곳을 방문했다. 각종 해산물과 10종류가 넘는 스시, 수십 가지 샐러드와 열대과일, 세상 거의 모든 종류의 탄수화물이 진열된 화려한 샐러드바에 절로 흥분되었다. 입장과 동시에 샐러드 바의 음식들을 종류별로 쓸어 담았고, 식사 중에도 샐러드바를 몇 번이나 오갔다. 하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대부분 샐러드바는 입장했을 때 한 번만, 고작 한,두 접시 담는 걸로 전부였다. 샐러드바가 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슈하스케리아의 메인은 바로 '슈하스코'다. 슈하스코는 고기를 꼬챙이에 꽃아 숯불로 구운 브라질식 바베큐 요리로, 그 종류만 수십 가지다. 직접 음식을 떠먹어야 하는 뷔페와 달리, 슈하스케리아는 직원들이 각기 다른 종류의 고기가 꽂힌 기다란 꼬챙이를 들고 다니면서 테이블로 배식한다. 식당에 입장하면 양면이 각각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된 카드를 나눠주는데, 초록면을 위로 올려놓으면 직원이 와서 고기를 접시 위에 썰어준다. 반대로 빨강면을 위로 올리면 먹지 않겠다는 뜻이다. 편하게 테이블에 앉아 카드를 뒤집어가며 음식을 선택하는 시스템이었다. 회전벨트 대신 직원이 서빙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회전초밥과 비슷하다. 그제야 샐러드바가 한적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만 셀러드바의 사이드 메뉴로만 배를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코파카바나의 길거리 음식
밤이 되면 코파카바나에서부터 이파네마까지 긴 해변을 따라 본격적인 길거리 음식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삶은 옥수수와 팝콘, 바로 기름에 튀겨주는 감자튀김, 추로스, 타피오카, 직접 토핑을 선택할 수 있는 핫도그, 코코넛워터 등,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자극하는 길거리 음식들이 줄지어 있다. 그중에선 브라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길거리 음식이 있다. 미란다 커의 다이어트 비결로 유명세를 타며 한 때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슈퍼푸드 '야사이베리'가 그 중 하나다. 야샤이 베리는 브라질에서만 재배되는 아마존 열대과일로, 리우를 비롯한 무더운 해변도시에서는 달달한 아이스크림 형태로 즐겨 먹는다. 그래놀라나 초코볼 토핑을 올려먹기도 하고 다른 과일맛 아이스크림과 혼합해 먹기도 한다. 아이스크림형 아샤이베리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칼로리도 높지만, 비교적 건강한 맛과 '슈퍼푸드'라는 꼬리표 덕분에 매일 먹어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또 하나 시선을 끄는 건 길거리 칵테일이다. 비치 라이프에 빠질 수 없는 게 '술’인 만큼, 술은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음료다. 그중 가장 흔한 술은 모히또에 민트만 빠진 것 같은 ‘caipirinha’다. 브라질 전통주 카샤샤에 레몬과 설탕, 얼음을 듬뿍 넣어 만든 이 달달한 술은, 일반 가정집에서는 '웰컴드링크'로 쓰일만큼 흔하지만 의외로 도수가 높아서 조심해야 한다.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료는 아마 커피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브라질 사람들은 커피를 즐기지 않는다. 커피 수출량이 세계 1위인 브라질에서 커피는 정말 수출만 하는 듯 했다. 대신 점심식사를 할 때도 맥주를 마실 정도로 '술'을 즐긴다. 평소 '술'보다 '커피'를 즐기는 나였지만, 확실히 리우의 더운 날씨엔 뜨거운 커피보다는 시원한 주류가 구미를 당겼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우리도 리우에서는 이틀의 한번 꼴로 술을 마셨을 정도니 말이다.
리우 한달살기
사실 리우는 관광자원이 워낙 풍부해서 관광만으로도 한 달을 보낼 수 있지만, 단순히 쉬는 게 목적이라면 적절치 않다. 한 달 살기에 필수조건인 물가, 날씨, 치안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니발을 기다리며 쉬는게 목적이었던 우리의 리우 한달살기는 완전히 망했다. 언제나 시끄러운 리우는 절대 우리를 쉬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고, 2021년 카니발마저 취소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오히려려 괜찮았다. 음악, 음식, 축제, 자연 등 리우를 특별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를 쉬지 못하게 실컷 괴롭혀준 덕분에 카니발은 어느새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간 느낀 리우의 열기는 카니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