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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Dec 23. 2024

겨울 한낮의 작은 행복, 따뜻한 기억

소중한 선물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는 날, 집을 나서는 발걸음은 조금 무거웠다. 추위 탓에 외출하기를 망설였지만, 딸내외의 정성 어린 초대는 그 망설임을 잠시 밀어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 근교의 산자락에 자리한 조용한 글램핑장을 찾았다.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이 내어준 품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곳은 소박하지만, 마치 준비된 작은 영화 세트 같았다. 군더더기 없는 자연과 밀리터리 감성이 물씬 풍기는 텐트가 어우러져 겨울의 고요한 풍경을 더 깊이 느끼게 했다. 눈 덮인 땅 위에 서 있는 나무들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맞아주었고, 햇살은 차가운 공기를 가로지르며 텐트 안으로 따뜻함을 몰래 흘려보냈다.


텐트 안에 모여 앉아 나눈 이야기는 평소의 일상과는 달랐다. 딸내외가 준비한 정성 가득한 음식을 나누며, 우리는 서로의 삶 속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속에는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스며 있었고, 그 이야기들이 쌓여가며 텐트 안의 공기는 점점 따뜻해졌다.


한 번 터져 나온 웃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고, 그 웃음은 얼었던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차가운 겨울날, 서로의 온기로 만든 이 작은 공간은 우리에게 특별한 시간이었다.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화려한 장식이나 크고 특별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짧은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누군가의 정성, 함께 나눈 대화, 그리고 그 순간의 온기가 그 무엇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앉아 있던 그 텐트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우리에게 쉼과 기쁨을 안겨준 작은 세계였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눈 공감과 위로는 더없이 깊고 진했다. 딸내외가 건넨 초대는 단순한 하루 외출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더 따뜻하게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휴일, 겨울 한낮은 이렇게 내게 가르쳐주었다. 행복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며, 먼 곳에서 찾아야 할 대상도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우리가 눈을 돌리면 언제나 곁에 있고, 마음을 열면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도 텐트 안에서 나누었던 따뜻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겨울은 여전히 차갑지만, 그 시간의 기억이 내 마음속에서 계속 온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나는 다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고. 오늘의 따뜻함을 더 많이 만들겠다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여기, 우리가 함께 나누는 소소한 순간 속에서 가장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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