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나 고정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지 않다. 사람들과 마주하는 자리, 내가 머무는 공간, 맡은 역할에 따라 내 얼굴의 두께는 달라지고, 표정은 섬세하게 변한다. 마음의 색깔은 무채색에서 화려한 스펙트럼으로 번져가기도 하고, 생각의 기울기는 어느 순간 가파르게, 또 어느 순간 완만하게 변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는 우리 모두가 세상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자연스러운 유연함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때로 단단한 얼굴을 필요로 한다. 흔들리지 않는 단호함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부드러움 대신 강인한 표정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같은 얼굴도 따뜻한 미소와 함께라면, 그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차가운 벽 같던 얼굴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누군가의 불안을 잠재우는 안식처가 된다.
마음의 색깔도 그렇다. 한 가지 색으로 고정된 마음은 쉽게 메마르고 단조로워지기 마련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황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색을 바꿔야 한다. 고요한 흰빛으로 마음을 비울 때도 필요하지만,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하며 푸른빛으로 물들고, 행복의 순간에 밝은 노란빛으로 빛날 줄 아는 마음이 더 아름답다. 그 변화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생각의 기울기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같은 상황이라도 전혀 다른 각도로 보인다. 때로는 높은 곳에서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야가 필요하고, 때로는 낮은 곳에서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처럼, 상황에 따라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삶은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이다. 얼굴의 두께를 조절하고, 마음의 색깔을 바꾸고, 생각의 기울기를 다듬으며 우리는 매일 조금씩 성장한다. 이 변화와 조화 속에서 우리는 더 넓은 세상, 더 깊은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어느 날 문득, 내 얼굴이 지나치게 두꺼워지진 않았는지, 내 마음의 색깔이 너무 어두워지진 않았는지, 내 생각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균형을 찾는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 삶의 방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삶의 다양한 자리에서 자신을 조금씩 조율하며 살아가길. 그 유연함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