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길
삶이 평온할 때, 우리는 서로의 본모습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고요한 물결 속에서는 누구나 의연한 듯 보이고, 모든 것이 당연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폭풍이 몰아치고, 거센 파도가 배를 삼키려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된다. 누가 선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지, 누가 비겁하게 도망치는지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사람들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 했지만, 특권과 부패의 그림자 속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권력자의 손길을 좇았던 이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침묵했고, 지켜야 할 가치를 저버린 그들은 결국 자신이 걸어온 길조차 부정하게 되었다. 반면,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끝까지 키를 잡고 국민을 향해 나아간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폭풍이 두렵지 않았다.
이번 내란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다시금 목격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군인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자들. 국민이 아닌 권력자를 위해 충성을 맹세한 이들. 자신이 선 자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단 한 번의 결정을 위해 수많은 군인과 국민을 외면한 자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위기의 순간이었기에, 우리는 누가 진정한 군인인지, 누가 끝까지 국민을 지키려 했는지를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진정한 군인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국민을 향한 신뢰와 충성이 없는 군대는 결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역사는 언제나 용기 있는 자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언제나 유혹적이다. 때로는 침묵이 더 안전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군인은 그러지 않는다. 불의 앞에서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으며,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싸운다. 그것이 군인의 본질이며, 그들이 걸어야 할 유일한 길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눈을 감고 편안한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폭풍 속에서도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위기의 순간, 당신은 어떤 얼굴을 보이고 있는가.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빛나는 이름은, 오직 신념과 용기를 지킨 이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