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국가와 국민
군복을 입는 순간, 한 사람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게 변한다.
그것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닌, 가슴 깊이 각인된 국가와 국민을 향한 맹세다.
처음 군복을 입었던 그날, 나는 거울 앞에 섰던 떨림과 설렘을 아직 기억한다. 군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오롯이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녕을 위한 책임감이었다.
군대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평범하지 않았다.
한 번의 경례에도 수많은 약속과 책임이 담겨 있었고, 작은 행동 하나조차 오직 국가를 위한 헌신이 되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차디찬 겨울바람 속에서도 그들이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살아있는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사명 때문이었다.
군인의 자부심은 단지 좋은 장비나 화려한 계급장이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이 부여한 신뢰와, 국가를 지킨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자신을 희생하며 국민을 지키는 군인들에게 충분한 존중과 합당한 대우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과 인내만을 강요하며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졌다.
군인이 군복을 벗었다고 해서 책임과 사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군복을 벗어도 그들이 품었던 맹세와 다짐은 여전히 가슴에 살아 숨 쉰다. 국가를 향한 책임과 국민을 향한 사랑은 군복을 벗는 순간 더 깊은 울림이 된다. 전역한 군인은 여전히 마음속의 군복을 입고 조국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소수의 군인이 권력에 눈이 멀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어두운 시절도 있었다. 쿠데타와 군부독재를 주도한 육사 출신 장교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국가에 충성을 맹세했으나, 총구를 국민에게 돌리고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그 잘못된 충성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됐고, 군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지금 우리 군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충성은 특정 집단, 특정 출신, 특정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군의 충성은 오직 국가와 국민에게만 존재해야 한다. 조직이 특정 세력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그 군대는 이미 본질을 잃은 것이다.
우리의 군인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최전선 철책의 보초병, 깊은 바다의 수병, 창공을 가르는 공군 조종사까지,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조국을 지키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들은 결코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단지 존중받고 인정받길 원할 뿐이다.
군인이 존중받고 대우받는 사회만이 진정한 강국이다. 군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군대는 더욱 강하고 단단해진다. 우리가 강한 군대를 원한다면, 먼저 군인을 존중하는 문화부터 만들어야 한다.
군인은 군인다워야 하고, 군대는 군대다워야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군인의 총구는 국민이 아닌 적을 향해야 하며, 충성은 권력이 아니라 오직 헌법과 국민을 향해야 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군복을 입는다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영원한 맹세임을. 그 맹세는 권력이 아닌 국민을 향해야만 한다.
“군인의 자부심은 국가와 국민의 신뢰 속에서 피어난다. 군인을 존중하는 나라만이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