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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아침의 인사 한마디

작은 배려

by 서담

매일 아침, 집 안을 감싸는 정적 속에서 아내와 나의 하루가 조심스레 시작된다. 여느 날처럼 출근을 준비하며 조용히 가방을 챙기는 순간까지,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늘 그 시간, 아내는 주방 쪽에 있다. 따뜻한 물 한 잔을 준비하거나, 내가 하루 내 허기를 느끼지 않도록 간단한 간식을 챙겨주곤 한다. 아내는 커다란 동작 없이도 나를 위해 작은 정성을 부리곤 했다. 그것이 일상의 풍경처럼 익숙해져 있었기에 오늘처럼 그 자리에 없으면 되레 낯설게 느껴진다.


잠깐 망설이다가 안방을 향해 눈을 돌렸다. 문이 닫혀 있었고, 나는 조용히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마음속으로 한 번, 문 너머로 묻는다.


‘괜찮은 걸까…?’


아내는 보통 사람들보다 식사량도, 활동량도 작다. 김밥 한 줄을 다 먹기에도 버거워하고, 밥 한 공기조차 다 먹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늘 그만큼 먹고 나면 배불러 버거워한다. 매일이 성실한 전투처럼 이어지는 나날이지만, 아내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일주일 내내 직장을 다니기보다는 중간중간 쉬어야 하는 요일이 있다. 겉보기에는 단단하고 독립적이지만, 신체는 연약한 유리처럼 조심스러운 아내다.


그런 아내가 오늘 아침, 무거운 잠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한 듯 조용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며 그녀를 깨우지 않으려 조용히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을 열기 전, 조용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자기야… 오늘 비 올 수도 있대. 우산… 챙겨가.”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방 안으로 향했다. 밤에 잠을 여러 차례 깨어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아내는 여전히 나의 하루를 걱정하고, 내 어깨에 떨어질지도 모를 빗방울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아내에게 입을 맞췄다.


“고마워. 얼른 푹 쉬어. 잘 다녀올게.”


그녀는 미약한 미소를 보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내 하루의 시작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나는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니고, 아내는 제한된 에너지를 아껴가며 하루를 살아낸다. 나는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맞서고, 그녀는 안에서 우리의 삶을 보듬는다. 둘 다 쉽지 않은 일상이지만, 서로의 존재만으로 지탱되는 하루들이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시작하게 하고, 끝나게 만드는 아주 작은 배려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밥 먹었어?”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가지는 “우산 챙겨”라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곤 한다.


그 말은 사랑이고, 걱정이고, 애정이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다짐이다.


한 줄 생각 : 사랑은 많은 말보다, 조용히 건네는 말 한마디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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