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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찌다, 마음을 데우다

마음 한 끼

by 서담


가끔 당직근무로 다시 출근해야 하는 오후, 잠시 오전에 눈을 붙이고 일어나는 내 눈앞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코 끝을 스치듯 고소한 향기, 익숙하지만 언제나 설레는 그 냄새의 출처는 다름 아닌 아내가 차려놓은 나만의 식사다.


“오늘은 좀 속 편하게, 따뜻하게 먹어야지.”

아내는 조용히 내 앞에 그릇을 내민다. 그 안엔 잘 데쳐진 돼지고기와 아삭한 숙주, 배추, 청경채, 표고버섯 등 각종 채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기름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건강한 찜 요리. 옆엔 고소한 참기름과 간장, 깨가 어우러진 소스가 함께 놓여 있었다.


“그냥 끓이기만 했는데 뭐~ 별건 아니야.”

아내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안다. 이 간단한 음식 뒤에는 아침부터 정육점을 들르고, 제철 채소를 고르고, 나를 생각하며 담백한 맛을 고민했을 아내의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것을.


젓가락으로 한 점 고기를 집어 입에 넣는다. 포근하게 퍼지는 육즙과, 뒤이어 씹히는 채소의 달큼함. 별다른 양념 없이도 어쩌면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그건 어쩌면 재료가 아니라 ‘아내의 정성’의 손맛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나이가 되면 자극적인 것보다는 속 편한 거 먹어야지. 그렇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이 났다. 그녀는 내 건강을, 기분을, 피로를, 내가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안다. 그 마음이 따뜻해서, 나는 매번 이 자리에서 위로를 받고, 다시 내일을 준비할 힘을 얻는다.


음식이란, 때로는 밥 이상의 무언가가 된다. 정성이 담긴 한 끼는 언어가 아니어도 사랑을 전하고, 몸을 데울 뿐 아니라 마음을 감싸준다.


찬찬히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비운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아내의 정성은 그 어떤 화려한 외식보다 값지다.


그리고 나는 또 이렇게 고백한다.

“오늘도, 당신 덕분에 잘 먹었어. 그리고... 고맙고 감사해.”


한 줄 생각 :

‘정성’이란, 특별한 재료가 아닌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이 더해진 한 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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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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