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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 다른 걸음으로 함께 걷는 법

존중하는 마음

by 서담


아내와 나는 정말 많이 다르다.

좋아하는 음식도,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어쩌면 하나같이 반대편에 서 있는 듯하다. 나는 치밀하면서도 냉철한 분석,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좋아하고, 아내는 충분한 숙고와 여운을 남기는 대화를 선호한다.


나는 익숙한 맛에 안심을 느끼고, 아내는 새로운 음식에 호기심을 갖는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 신중하게 거리를 두는 편이고, 아내는 먼저 마음을 열어 다가가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아간다는 건 하나의 기적 같기도 하다.

예전엔 그 차이가 어색했다. 내가 뭔가를 제안하면 아내는 잠시 말없이 있다가 조심스레 의견을 다르게 말하곤 했다.


“자기 생각은 알아. 근데 나는 조금 다르게 느껴져.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


그 말이 처음엔 낯설었다. 마치 내 생각이 틀렸다고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때로는 대화가 엇나가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다름을 불편하게만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묻고 또 물었다.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려 애썼다. 때론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법도 배웠다.


나와 아내는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우린 10가지 중 8가지는 다르지만, 나머지 2가지가 같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그 8가지도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잖아.”


맞는 말이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2가지가 같아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8가지를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본질적인 서로에 대한 ‘존중’이었다.


살다 보면 기대하게 된다. 왜 저 사람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왜 이렇게 느긋할까, 왜 이렇게 조심스러울까… 하지만 기대와 바람이 오히려 관계를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이제 아내의 그런 차분함이 좋다.

그녀의 느릿한 식사 속에서 하루의 쉼을 배우고,

그녀의 섬세한 말투에서 나도 더 부드럽게 변해간다.

아내는 나의 계획적이고 치밀한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가끔 웃으며 말한다.


“당신 덕분에 내 인생이 예상 밖의 길로 가기도 해.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제는 그게 적응이 되기도 해.”


이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많은 기대와 실망이 뒤섞이기 마련이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더 많은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됐다.


부부란 그런 것이다. 서로를 바꾸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름에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

그 다름을 인정하고 감싸안는 사람.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쌓여, 긴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


한 줄 생각 : 부부는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내는 사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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