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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

알아차림

by 서담

행복한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빨리 안다고 한다. 그들은 바람이 조금만 달라져도 그 속의 냄새를 알아차리고, 햇살의 색이 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먼저 느낀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를 통해 안다. 모든 것은 머물지 않고,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을.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당연한 것들’ 위에 서 있다. 매일 떠오르는 해, 늘 마주치는 사람, 손끝에 닿는 따뜻한 커피 한 잔. 그 모든 것들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오래 붙잡아두지 않는다. 당연했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 비로소 깨닫는다.

“아, 이토록 소중한 것이었구나.”


고마움은 늦게 도착하면 미안함이 된다. 감사는 마음속에만 머무르면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중요한 건 ‘표현의 방법’이 아니라 ‘표현의 시기’다. 어떻게 고맙다고 말할까를 고민하기보다, 그 마음이 아직 따뜻할 때, 그 순간이 아직 내 곁에 있을 때 감사의 말을 건네야 한다.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운 시간에게, 고마운 세상에게.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감사’가 아니라, ‘타이밍’이 아닐까 하고. “언젠가 말해야지.” “다음에 전해야지.” 그 ‘언젠가’와 ‘다음에’는 대부분 오지 않는다. 사람은 떠나고, 계절은 바뀌며, 말하지 못한 마음은 결국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연습한다. ‘지금’ 고마운 것을, ‘지금’ 말하는 법을.


감사에는 특별한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고맙다”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 말을 꺼낼 용기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어쩌면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감사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언제 알아차리느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의 나를 만든 사소한 것들에 고마워하고 싶다. 매일 나를 맞이하는 아침의 공기,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나무 한 그루, 그리고 내 옆에 조용히 머물러주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내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그러나 결코 당연하지 않은 존재들이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서 오지 않는다. 그건 언제나 ‘지금’이라는 시간 안에 숨어 있다. 감사할 이유를 찾아보면, 그것은 언제나 눈앞에 있다. 그냥,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익숙함 속에서, 감사의 감각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 자연은 아무 말 없이 그 변화를 보여준다. 낙엽이 지고, 바람이 차가워지고, 빛이 달라진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

그가 바로 ‘행복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사라지기 전에, 감사할 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야 안다. 감사는 선택이 아니라 태도다. 내가 가진 것을 바라보는 눈의 방향, 그것이 바로 감사의 시작이다. 그 시선이 바뀌면 세상은 달라진다. 평범한 하루가 기적으로 바뀌고, 사소한 순간이 선물로 다가온다. 오늘 나는 나 자신에게 다짐한다. 잊기 전에, 잃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 감사하자.


당연히 내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람에게, 당연히 내일도 피어날 거라 생각한 꽃에게, 당연히 나를 기다릴 거라 여겼던 오늘에게. 삶은 언제나 유효기간이 없다. 그래서 오늘이라는 시간이 늘 새롭다. 그 새로움 속에서 감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은 사라지기 전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마음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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