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생각보다 짧으니까

미워하는 대신, 더 사랑하는 쪽으로

by 서담

살아가다 보니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무엇을 덜 미워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더 좋아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삶은 생각보다 길지 않고,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닳는다. 그래서 나는 이제, 미워하는 것에 마음을 쓰기보다 좋아하는 것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려 한다.


예전의 나는 싫어하는 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상황,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과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럴수록 나는 예리해졌고, 세상은 점점 각이 진 모습으로 보였다.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데 집중한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 내 마음은 좁아지고 숨이 막히듯 굳어 있었다. 미워하는 마음은 잡초와 닮았다.


뽑아내려 애쓸수록 더 단단해지고, 눈길을 줄수록 더 무성하게 자란다. 마음속 잡초를 정리하겠다고 애를 쓰다 보면, 정작 그 자리에 심을 꽃을 놓치게 된다. 그러고 나서야 깨닫는다. 미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옆에 다른 씨앗을 심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내가 무엇을 혐오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가 나를 만든다는 쪽으로. 싫어하는 것에 반응하며 나의 하루를 채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미워하는 마음은 나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두면 결국 나를 소모시킨다.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늘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작은 취향, 사소한 기쁨, 별것 아닌 듯하지만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산책, 오래된 노래 한 곡, 말없이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런 것들을 내 삶의 중심에 조금씩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예전만큼 세상에 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싫은 것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불합리한 일은 여전히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만 이제는 그 모든 것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기로 한다. 모른 척 넘길 수 있는 것은 넘기고, 굳이 마음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는 거리를 둔다.


대신 좋은 것은 오래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것은 자주 곁에 둔다. 그렇게 선택하며 살아보니, 삶의 결이 조금 달라진다.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삶은 도피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에 가깝다. 무엇에 분노할 지보다 무엇을 지켜낼지를 아는 것, 무엇을 거부할 지보다 무엇을 품을지를 선택하는 일. 그 선택들이 쌓여 결국 한 사람의 얼굴을 만든다.


이제 나는 묻는다.


오늘 나는 무엇을 미워하며 하루를 보냈는가, 혹은 무엇을 사랑하며 시간을 썼는가. 그 질문 앞에서 후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그날은 충분히 잘 살아낸 하루가 아닐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꽃 하나를 내 옆에 심는 일은, 세상과 싸우는 것보다 훨씬 단단한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싫은 것은 적당히 흘려보내고,

좋은 것은 기꺼이 끌어안으며 살자.

미워하는 것에 반응하며 인생을 쌓기에는,

이 삶은 정말 너무나도 짧으니까.

월, 수, 금 연재
이전 07화시간을 건너는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