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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이창 Jan 02. 2022

젊은이여 황당무계하게 살아라

철학자 최진석

◇자신을 죽이는 것이 황홀한 삶의 시작…철학적 시선 높아야 성취감


역시 교수의 ‘설(說)’은 막힘이 없었다. 버릴 것이 없었다. 한 마디 한 마디 모두를 받아 적어야 했다. 그는 젊은 시절 많은 방황을 했다고 했다. 그런 방황을 하며 철저히 고독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죽이는 것이 황홀한 삶의 시작”이라며 “고독하지 않고는 독립된 자신을 찾을 수 없다”고 단정했다. 장르를 만드는 일류(一流)의 삶을 노래했고, 예민하고 민감해져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와의 유쾌하고도 짭짤한 이야기는 소크라테스로 시작했다.


“자신을 죽이는 것이 황홀한 삶의 시작이라고 하셨다.”


진짜 자기를 발견하려면 낡은 자신을 죽여야 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누군가인지, 나를 구성하는 것들이 남들이 준 것이거나 사회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내가 생산한 것인지? 바람직한 것으로 자리 잡은 것들인지 아니면 내가 바라는 것들인지. 해야 하는 것들인지 하고 싶은 것들인지. 좋은 것들인지 좋아하는 것들인지. 그 정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각성해야 새로워질 수 있다. 장자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려면 우선 ‘자신을 장례 지내야’(吾喪我)한다고 했다. ‘자기 살해’이다. 외부의 것들로 채워진 낡은 자기와 결별하지 않고는 절대 새롭고 진실한 자기를 만날 수 없다. 예수나 부처가 왜 그렇게 회개와 참회를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자기 살해는 남들과 공유하는 가치와 이념으로 꽉 채워진 폐쇄적인 자기를 벗어나 개방적 자아로 깨어나는 것이다. 자신만의 욕망으로 자기를 새롭게 건설하는 순간이 바로 황홀경이다. 그래야 자신이 진짜 자기로 등장한다.


◇1등 기업은 있으나 1류 기업은 없는 한국…고유함, 창의성이 핵심


“한국엔 아직 한 번도 세계적인 일류 기업이 없었나?”


-너무 이론적이고 너무 야박하게 말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엄격하게 말해보겠다. 1등 기업은 있으나 일류 기업은 아직 없다. 물론 내가 아직 모르는 일류 기업이 있을 수 있다. 1등 기업은 남들이 만든 물건을 빌려다가, 혹은 다른 기업들에도 있는 것을 재생산해서 다른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하면 된다. 일류는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판을 새로 짜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유함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핵심이다. 창의적인가의 여부인 것이다. 1등이 아닌 일류가 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일류가 1등보다 더 독립적이고, 더 자유롭고, 더 풍요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류는 질문의 결과로 나오고, 1등은 대답의 결과로 나온다. 대답은 이미 있는 이론과 지식을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행위이다. 여기에는 정답이 존재한다. 질문은 오직 자기에게만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튀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것이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고 오히려 불편함이나 문제가 노출된다. 질문이 튀어나오게 하는 힘이 자신에게만 있는 욕망이다.



“교수님은 강연이나 책을 통해 이성으로 욕망을 관리하지 말고, 이성을 욕망의 지배하에 두라고 당부했다. 또 욕망에 집중하라고 했다. 인간의 욕망은 어떤 의미가 있나?”


-‘욕망’은 여기 있는 나를 저곳으로 건너가게 하는 의지이자 힘이다. 건너갈 수 있게 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질문은 욕망이 작동해야 가능하다. 질문은 장르를 개척한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보다 자동차라는 장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대답만 하는 인재로 채워진 사회에서 장르의 개척은 어렵다. 정답만 찾게 하는 대답의 습성은 사람을 멈춰 서게 하고 과거를 살게 한다. 욕망이 꿈틀거리는 사람만이 장르를 개척할 수 있고 일류가 될 수 있다. 살아있는 욕망과 질문하는 힘이 있어야 자신만의 장르를 만들어 건너갈 수 있다. 욕망에 의지하는 사람은 자잘하지 않다. 그 씨알이 크고 굵다.


출처: https://www.news1.kr/articles/?4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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