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퇴사라니..
꿈꾸는 자
항상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삶을 그리고, 꿈꾸며 살아왔다. 직업에 대한 희망부터 막연히 어떻게 살고 싶다는 소망까지.. 사람이 어떻게 꿈만 꾸고 사냐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꿈꾸는 내가 좋았고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돼 두근거렸다.
그렇게 열심히 꿈꾸고 희망하며 현실로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보냈다.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나는 내가 평생 삶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떻게 보면 철이 없는 듯, 나의 미래를 위해서 두근거리면서 살 줄 알았다.
나의 꿈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며, 때때로 허무맹랑하거나 막연했다. 말 그대로 “꿈”이었다.
직업적으로 보자면 10대에는 사진작가를 꿈꿨고 (물론 그 전에는 더더욱 다양한 장래희망이 존재했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것을 기준으로 뽑자면 그렇다), 대학생 때는 영상 작가 및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나의 모습을 그렸다. 거기에 더해 어렸을 때부터 프랑스 파리에 살고 싶었고 아프리카에서 동물들을 직접 보고 부족민들과 소통해보고 싶었다. 왜 많은 나라와 대륙 중에 프랑스와 아프리카였냐는 질문을 지금도 많이 받지만 나도 모르게 그냥 좋았다. 가보고 싶었다가 답이다. 내 답을 들으면 다들 허무하게 웃는다. 솔직히 나는 모든 사람이 프랑스의 낭만을 꿈꾸고 아프리카 여행이 버킷 리스트에 있는 줄 알았다.
일단 위의 나열한 꿈에 대해 얘기하자면, 나름 선빵 했다.
10대 아빠의 30년 된 펜탁스 수동 카메라를 들고 흑백 사진을 찍고 직접 현상도 해보았고, 20대 영상 전공을 하며 개인 작품을 만들고 작은 전시회도 열어봤으며(물론 작가로 활동하거나 하진 못했다. 그러기에 20대 후반의 나는 어울리지 않게 현실적이었나 보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프로그램에도 두 건 참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상업 영상에 어시스턴트 프로듀서로 이름도 올렸다.
그리고 프랑스에도 살아봤으며, 막연히 꿈꾸던 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을 직접 보고 연구하고, 영상도 만들어봤으며 케냐의 마사이 마라 부족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지내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의 20대는 나름 멋지고 찬란하고 눈부시게 지나갔다. 꿈을 꿨고 열심히 노력했고 어느 정도 꿈을 만들어냈다. 20대의 내가 밑바탕이 되어 30대의 나는 더욱 찬란히 빛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기에 나는 나약했나 보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이겨내지 못했다. 뭐가 잘못됐을까...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두근거리며 기대하던 나는 사라지고 그냥 그 순간만을 살아가고 있었다. 앞으로가 기대되지도 꿈꿔지지도 않았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도 잊어버렸다. 슬프지만 나의 30대는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앞으로를 위해 준비하기보다는 그 순간에 그냥 맞혀 지내다 보니 37살, 30대 후반이 되어버렸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던 올해 1월 말, 내가 꿈꾸고 바라던 나의 30대 후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퇴사하자!
더 이상 지금 이 순간에 안주할 수 없으니 새롭게 도전해보자! 두렵지만 다시 꿈꿔보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지만 일단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이렇게 37살, 나는 퇴사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꿈꾸는 자로 돌아가려 하는 시작점에서 주문을 건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