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돌 Aug 07. 2018

무료로 할 수 있는 딱 그 정도까지만.

모바일 게임의 결제 유혹을 느끼다가 결국 이야기나 끄적끄적.




가끔 킬링 타임용으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지금껏 해 본 게임의 종류는 꽤 되지만 휴대폰에 설치돼 있는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다운받아서 실행해 본 뒤 흥미를 느낀 몇 가지만 남겨놓고는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니 늘 새로운 게임 너댓개 정도만 남아있는 식이다. 기기의 저장 공간이 한정된 이유도 있겠으나 이처럼 다양한 게임들을 플레이해 보는 건 내가 보기엔 성향 탓도 크다. 뭐 하나를 진득하게 파고들지는 못하지만 호기심은 참 많은 성격이 앱 사용 패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앱스토어에서 혹 하고 깔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만큼, 대개의 게임들을 처음 해 보면 재밌고 신선한 편이다. 스포츠 게임은 스포츠 게임대로, 액션은 액션대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앱들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어렸을 때 즐기던 웬만한 PC게임보다 퀄리티 있는 그래픽에, 화면 터치를 적절히 활용한 기발한 조작법까지. 게다가 이들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데는 돈도 전혀 들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설치 시 소액의 결제 요금이라도 필요했다면 내가 그렇게나 많은 종류의 게임들을 깔아보지는 못했을 거다.


슬슬 또 받아볼까




물론 이런 모든 게임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주로 아이템 구매 시에만 유료 과금 방식을 택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대부분의 (설치 시) 무료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실행 도중에 결제 유혹을 느낄 만한 장치들을 곳곳에 깔아놓는 것이다. 스토리의 진행이라든지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서 소위 '현질'을 하지 않고는 플레이를 지속하기 힘든 구조로 게임이 짜여 있다 보니, 그럴 바엔 차라리 정해진 금액만 내고 게임을 쭈욱 하는 게 낫다며 무료가 무료가 아님을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나름대로 간략히 정리해 본 무료 게임들의 과금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설치 시의 낮은 진입 장벽(무료 다운, 튜토리얼 진행을 통한 흥미 유발) → 고객 유입, 게임 실행 유도
2. 초기 스토리(퀘스트) 진행, 캐릭터 육성의 무상 지원 → 플레이어의 흥미 유발과 게임 관여도 증대
3. 진행에 필요한 게임 내 지불/투자 요소의 수준 상승과 난이도 조정 → 플레이어의 실 결제 유발
4. 3번의 지속적인 반복과 아이템 할인 등을 통한 추가 결제 유혹의 지속/반복




워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임에 대한) 호기심에 비해 성취욕이 크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중간에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실제로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게임에서의 아이템 구매라든지 스팀 계정 이용과 같은 유료 결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어렸을 때 해 봤던 일부 PC게임들 이후로는 그 끝을 보기는커녕 '잘 한다'라고 할 만큼 게임을 꾸준히 붙잡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막간을 이용해 즐기려고 설치한 모바일 게임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비교적 단순한 방식이라 무료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게임이라면 모를까, 행여 유료 결제의 유혹을 느끼게 되는 게임은 해 볼 만하다 싶을 때쯤 오히려 흥미를 잃고 지워버리기 일쑤인 것이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비교적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던 스포츠 게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수준이 되니 도저히 '보석'을 이용하지 않고는 내 팀의 능력치를 높일 수가 없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승률이 꽤 높았지만 일정 레벨부터는 도무지 상대팀을 이길 수가 없어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를 비웃듯이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는 '고수'들을 보며, 나도 보석을 사서 팀 능력치를 높여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막상 또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멈춘 나였다.

 

1년 내내 새해맞이더냐




'더(잘)하고 싶으면 공짜로 즐길 생각만 하지 말고 결제를 하라'는 게임 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이 들려오는 듯하다. 맞는 말이긴 하다.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여러 컨텐츠들의 유료 사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난 지금 그러한 말을 하고자 모바일 게임 얘기를 꺼낸 게 아니다. 돈이 아까워서만이 아니라 그냥 버릇처럼, 혹은 더 이상의 욕심이 나지 않아서 

게임의 '무료 수준'만 즐기고 마는 나의 습관이 다른 일상들과도 연결돼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뿐이다.


낮은 진입장벽이라는 객관적 조건과, 좁고 깊게 보다는 얕고 넓게 누리기를 좋아하는 주관적 성향이 어우러질 때야말로 세상에는 공짜(나 다름없이)로 즐길 거리가 참 많아 보인다. 원래대로 범위를 좁혀 모바일 무료 게임들만 놓고 보더라도 참으로 다양한 앱들이 터치 한 번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지 않은가. 해보고 쉽게 만족해 왔기에 내 게임 수준이 '딱 거기까지'인 건 뻔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갖가지 아이템을 장착하고(심지어 패션 아이템까지) 성능 좋은 무기들을 쏘아대는 전쟁터에서, 민소매에 반바지만 달랑 입고 권총 하나 든 채로 룰루랄라 놀러 나가봤자 핵을 쓰지 않고서야 일찍 죽을 게 뻔한 일 아니겠는가.


나의 킬링 타임이 상대에게는 킬링 타임이 아닌 경우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죽기로 달려드는 유료 플레이어들에게 나 같은 무료 플레이어의 도전이 얼마나 가소로울지! 모바일 게임의 영역에서는 다행히도 나의 '킬링'은 '타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은 현실세계에 공짜가 과연 어디 있겠느냐, 뭐 그런 말이기도 하다.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모바일 게임에도 가진 돈이나마 좀 들여봐야 승리의 맛도 알고, 이를 통해 '고수' 소리도 들으면 좀 우쭐해지려나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어쨌거나 나도 유료 게임을 해 봤는데, 한 번 돈을 쓰기 시작하면 그게 아까워서라도 집착하다가 지출은 지출대로 늘고 게임은 게임대로 시들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현질로 스킬업을 한들 게임 내에서는 언제나 더 높은 실력의 고수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승부에 목을 맬수록 스트레스는 높아졌단 말이다. 스트레스를 풀고자 한 게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만큼 멍청한 일도 드물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자꾸 공짜 심보만 부렸는지도 모르겠다. 

기간 한정으로 할인한다는 '보석'결제에 유혹을 느끼면서도(그 기간이 계속 갱신된다는 맹점을 깨달은 뒤로는 더욱), 결국에는 '무료로 그만큼 즐겼으면 됐지'라며 만족해 버리고 마는 나. 오늘도 뭐 이렇게 애매한 결론에 도달한 건 무료로 편하게만 글을 끄적이고도 쉽게 만족해 버릇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검색해 보다가 모바일 게임의 결제와 관련해 보기 좋게 정리해 놓은 카드 뉴스 기사를 발견하여 공유합니다.(2017년 에너지 경제 기사)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268108

매거진의 이전글 그럴 수도 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