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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 Nov 22. 2019

내게 가장 소중한 것

노들서가 집필실 작가 글 낭독 주제 



  지금의 내게 가장 소중한 건, 아무리 소중한 것들이라 해도 살아가며 얼마든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머리만이 아닌, 온 마음으로 그걸 깨닫는 것. 설령 며칠 몇 달을 끙끙대더라도 현재의 상실을 미래의 다른 소중한 것으로 채울 준비를 해 놓는 것.





  행복, 사랑, 돈, 명예...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생각했을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친구나 연인, 가진 물건 중 아끼는 아이템들로 생각의 갈래는 퍼지겠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인간관계라든지 자존감, 커피 한 잔의 여유와 같이 다소 추상적인 리스트에서부터, 어린 시절 선물로 받아 지금까지 간직해 온 탁상 거울이나 예전 여자 친구에게 선물 받은 스웨터 같이 특정한 물건에 이르기까지. 이들 중 '가장' 소중한 걸 고르는 일은 당연히 쉽지 않아 생각을 거듭할수록 고민은 깊어졌죠.


  그렇게 어젯밤은 소중한 것들로 머리를 채우다가 하나를 고르지 못한 채 잠이 들었습니다. 어느 기사에서 봤듯이, 잠자는 동안 뇌가 알아서 우선순위를 정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면서요. 하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어느 하나가 골라지진 않았고 오히려 머릿속에는 더 많은 소중한 것들이 둥둥 떠다녔죠. 소중한 게 많아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 게 '내게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쓰려다가 얻은 외부효과(?)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다 오늘 아침에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애써 특별한 하나를 고르려고 너무 힘을 쓰지는 말자고요. 체념이라기보단 마음을 비우고자 함이었죠. 늦가을의 낙엽이 길 한켠에 수북하여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산책길 정취에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이런 사유의 시간 또한 내게 아주 소중하구나 라는 생각에 소중한 것의 리스트가 하나 더 추가되긴 했지만요.


  그렇게 걷다가 마침내 결심했습니다. 인생에 소중한 것들은 너무나도 많고, 때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결국 현재 이 순간 가장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걸 선택하는 게 최선이겠다. 그 결과로 꼽은 가장 소중한 것을 앞서 몇 문장으로 써 봤는데요, 요약하자면, 

소중한 것들도 얼마든 잃을 수 있단 사실을 소중히 하는 것

쯤이 되겠네요.

 




  우리는 살아가며 소중한 것들이 늘어감에 감사해 하지만, 반대로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며 슬퍼하기도 합니다. 너무나 소중하고 당연해서 늘 함께할 줄 알았던 것들조차 나를 떠나가는, 상실. 상실은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저마다의 순간순간 불쑥 끼어들어 마음을 참 힘들게 하죠.


  노트북을 지하철에 두고 내리거나, 에어팟 한 짝을 잃는 일(물론 당사자에겐 처절한 상실감을 주겠지만)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크나큰 상실을 우리는 압니다. 여기서의 '우리'란, 성장할 거란 말로 그나마 위안을 얻으며 상실을 견뎌가는 다음의 모두를 말하겠죠. 둘도 없던 친구와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 연락조차 뜸해진 경험을 해 본 사람. 건강하던 반려견, 반려묘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어 본 사람, 너무나 사랑했지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별을 예감하다가 헤어져버린 연인들 중 하나였던 사람.

   



  소중한 것들을 나열하며 느끼는 감사함만큼이나, 상실의 아픔을 떠올리며 되새기는 감사함 또한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꽃이 지고 나서 아름다움을 알고, 같은 자리에 다시 피어날 아름다운 향기를 느낍니다. 소중한 것들은 잃고 나서 너무나 아팠기에 정말로 소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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